[the300]“벨 누르지 마시라요”…태국 北대사관 직원, 南취재진 ‘높은 경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2발 쏘며 엿새 만에 추가 도발한 31일 한국 취재진들은 태국 방콕에 위치한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주택가에 있는 대사관의 풍경은 조용했지만, 취재진들의 접근에 북한대사관 직원은 높은 경계심을 나타냈다.
방콕은 다음달 2일 열리는 26번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개최지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안보 회의체다. 그런데 올해 회의에는 북한이 돌연 리용호 외무상의 불참을 결정했다.
리 외무상의 갑작스런 불참은 추가 도발 준비 및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태도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 해석대로 북한은 이날 실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25일처럼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
북한은 이번 ARF에 리 외무상 대신 김제봉 주태국 북한대사를 참석시킬 전망이다. 일본 매체들은 전날 태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태국 측에 ‘김제봉 대사가 ARF 외교장관회의에 대신 참석한다’고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ARF를 주최하는 태국 입장에선 북한에 불만이 클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의 불참에 더해 안보이슈를 다루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미사일 도발로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한때 북한의 4대 교역국으로 꼽혔던 태국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철창문 틈으로 민원서류만 받아간 北직원…‘업무 방해 말라’

이날 취재진이 찾아간 북한대사관은 방콕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쑤언루엉 주택가 골목에 있었다. 건물 두 채가 연결된 듯 보이는 형태였다. 관저와 관사가 같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9시 45분경 대사관 공식업무 시작 시간이 지났지만 경비용 창살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한국과 일본 매체 소속 기자들이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며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유니세프 인사의 방북 비자를 받기 위해 대사관을 방문했다는 현지인의 초인종에도 대사관은 계속 묵묵부답했다. 취재진이 계속 벨을 누르자 건물 1층에 열려있던 문마저 닫아버렸다.
약 30분 뒤 일부 취재진이 뒤로 빠져 차량에 탑승하자 30대로 추정되는 남성 직원이 대사관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문은 열지 않고 창살문 사이로 현지인이 건넨 서류만 받은 뒤 바로 대사관 건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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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직원은 남측 취재진이 말을 걸자 "저기 그게 뭐야.. 벨 누르지 마시라요, 누르지 마십시오 일을 못 합니다 그러면. 우리 손님들 (업무를) 해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김제봉 대사가 ARF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갔다.
김 대사가 이번 ARF 때 어떤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리 외무상의 불참으로 북미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만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대신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김 대사 등 북측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