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김정은 직접책임 피하는듯, '후계설' 전문가 반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 담화를 내는 등 대남 공세를 주도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김여정의 경고가 현실화하며 그의 막강한 대남정책 지휘권이 나날이 부각되고 있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대남 공세에선 모습을 숨겨 이 같은 역할분담의 배경이 주목된다.
최근 북한의 대남공세는 김여정의 '입'에서 시작해 그의 지휘 하에 빠른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시작은 지난 4일 김여정 담화였다. 그는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연락사무소 폐기 등을 경고했다.
5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는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으로 지칭, 김여정이 대남사업 책임자임을 처음 확인했다.
9일 북한매체는 김여정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전날 진행된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 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남북직통연락망을 차단한 날이기도 하다.
13일 밤엔 연락사무소 '폭파'를 암시하면서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했다. 16일 실제로 이 폭파를 단행했고, 공을 넘겨 받은 총참모부가 16~17일에 걸쳐 '구체적 행동'을 예고했다.
이어 17일 북한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대북특사파견을 거부한 주체가 김여정일 밝혔다. 김여정은 이와 별도의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6.15 20주년 기념 발언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맹비난했다.
이 같은 일련의 대남공세에 김정은 위원장의 관련 발언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일(보도 8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했지만, 대남관련 발언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정치국회의는 북한 당국이 당 운영의 핵심 의제들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당시 북한매체가 공개한 의제는 '화학공업발전', '평양시민 생활보장'이며, 대남정책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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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8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6.08. photo@newsis.com](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0/06/2020061710147633617_2.jpg)
대남공세에 김정은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 남북정상급에서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통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우의' 차원에서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를 두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3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자신 명의의 첫 담화에서 청와대를 비난한 직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설정'을 취한 바 있다.
북한이 최근 대남공세를 북한 내부에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남적대 정책의 '성과'가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폭풍을 한동안 겪어야 했던 김정은이 대남적대정책의 책임에선 벗어나 있기 위해서 동생에게 책임을 미뤘다는 추정이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김여정이 전면에 나섰다기 보다 김정은이 나서지 않고 있다 봐야 한다"며 "대남공세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이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0/06/2020061710147633617_3.jpg)
일각에선 김여정의 부각이 후계작업의 일환이란 주장도 내놓는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17일 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 내부를 김여정 후계 체제로 결속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여정이 올해 들어 첫 자신명의 대외담화를 발표하는 등 공식적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와 비교해도 공직입문 시기가 빠르고 맡은 역할 등이 막중하다.
그러나 김여정의 최근 부각을 후계 체제와 연관 짓는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 건 김정은의 위임이 있었기에 가능한데다, 김정은의 나이를 볼 때 후계 논의가 공식화되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전례를 볼 때 북한에서의 최고지도자 승계에는 최고지도자의 나이가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 후계작업이 공식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했다.
김일성 주석은 60대이던 1970년대 김정일 후계절차를 마련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0대 후반이던 2009년 삼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다는 교시를 당에 하달했다. 김정은(1984년생)은 올해 37세다.
이 연구원은 "김일성은 60대에 접어들어, 김정일도 2000년대 후반 건강이 악화하며 후계작업을 본격화했는데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김여정의 등장이 후계구조와 연계된 상황은 아닐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