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붙인 선관위 개혁…어디부터 손봐야 하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붙인 선관위 개혁…어디부터 손봐야 하나

민동훈 기자, 박상곤 기자
2026.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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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선관위는 끝…감시·감독·검증의 시간](상)

[편집자주]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하지만, 인사·예산·장비·투표관리 등 운영 영역까지 감시·감독·검증에서 벗어나 있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이 선관위 개혁 논의의 쟁점과 과제를 짚어본다.

판단은 독립적으로, 운영은 투명하게…'선관위 개혁'의 원칙

(과천=뉴스1) 김민지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에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전국 91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발표한 투표 용지 부족 투표소 50곳에서 사흘 사이 무려 41곳이나 더 늘어난 것으로,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가 추가로 있는지 등을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오는 19일까지 열흘간 운영할 예정이다.  사진은 9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걸린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2026.6.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과천=뉴스1) 김민지 기자
(과천=뉴스1) 김민지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에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전국 91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발표한 투표 용지 부족 투표소 50곳에서 사흘 사이 무려 41곳이나 더 늘어난 것으로,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가 추가로 있는지 등을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오는 19일까지 열흘간 운영할 예정이다. 사진은 9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걸린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2026.6.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과천=뉴스1) 김민지 기자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독립적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법률·행정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인사·예산·계약·장비·투표관리 등 운영 영역에 대한 외부 감시와 검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선거제도 TF'를 출범하고 투표용지 인쇄·배분·보관 절차 개선, 선관위원장 상근 체제 전환, 선관위법 개정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TF는 공직선거법과 선관위법은 물론 헌법까지 포함해 제도 개선 방안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선관위도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개혁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과제로는 감사 체계, 지휘 구조, 인력 운영, 투표관리 방식 개선 등이 꼽힌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선관위 개혁의 출발점으로 독립성과 감시의 경계 설정을 꼽는다. 후보자 등록, 선거법 위반 판단, 개표와 당선인 결정 등에선 독립성을 보장하되 투표용지 인쇄·배분, 장비·전산 관리, 인사·계약, 사고 대응 등 선거 운영 업무는 외부 검증 대상으로 열어놔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감시 체계 개편도 주요 축이다. 인사·예산·계약·장비·전산 등 운영 영역에 대한 감사와 보고를 강화하고 국회 보고 의무화와 선거 후 운영보고서 공개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외부감사를 진행하더라도 선거 결과나 선거법 판단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확대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대법관이 비상근직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현재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 필요성도 크다. 법관 중심·비상근 위원장 구조는 정치적 중립성의 상징이었지만 전산·보안·물류·위기대응 업무가 커진 만큼 상근 리더십과 운영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철 인력 운영의 경우 휴직 제한보다 조직 관리 체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선거 핵심기간에 투표용지·전산·장비·물류·개표 등 핵심 보직 책임자와 대체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필수보직 책임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존 전문직위·전문관 제도도 선거 핵심업무 중심으로 확대·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표관리 방식과 관련해서는 본투표에도 사전투표와 같은 현장 인쇄 방식을 검토하되 장비 장애와 조작 의혹을 막기 위한 인쇄 기록 보관, 정당 참관, 수량 대조 절차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선관위 개혁은 독립성과 책임성의 균형이 핵심"이라며 "선거관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운영 영역을 감시·감독·검증에 열어둘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느냐가 향후 국회 논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때면 휴직 늘어 '현장 구멍'…"선거전문조직 재설계해야"

(과천=뉴스1) 구윤성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6.6.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과천=뉴스1) 구윤성 기자
(과천=뉴스1) 구윤성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6.6.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과천=뉴스1) 구윤성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상시조직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선거 관련 전문성과 안정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인력 공백과 장비·물류 대응 부실, 현장 위기관리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를 '선거전문조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시·도 및 구·시·군 단위 지역 선관위는 상시적으로 운영된다. 정원은 3034명 규모다. 전국 단위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상시 유지한다. 투표용지 인쇄·배분, 선거인명부와 전산, 사전투표 장비, 본투표 투표소 운영, 물류·비상공급, 개표장 관리, 정당·후보자 대응, 민원·위기대응은 모두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다.

문제는 정작 전국단위 선거 때만 되면 휴직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말 기준 선관위 휴직자는 181명으로 정원의 6%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148명, 지난 1월말 164명에서 선거가 임박한 시점이 되자 휴직자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휴직자 추이/그래픽=김지영
선거관리위원회 휴직자 추이/그래픽=김지영

시계열을 2016년 이후로 넓혀봐도 마찬가지다.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휴직자가 증가했다 선거가 끝나면 감소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휴직 자제를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휴직자 증가 흐름은 반복됐다. 휴가·휴직자 증가는 선거관리 전문 인력 공백을 불러 투표 과정에서 긴급 대응이 어렵다. 정치권에선 선거철 휴가·휴직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전국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휴가·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전문가들은 휴직 제한을 법제화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의 본질이 선거 기간 전문인력 수요를 예측·관리하지 못한 조직 운영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휴직 제한 등의 규제로 접근하기보다 인력 공백의 원인과 돌발 상황에 대응할 플랜B의 존재 및 작동 유무를 따져야 한다"며 "선거 때 실제로 작동하는 인력 운용과 비상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반 행정기관의 순환보직·휴직관리·성과평가 방식으론 선거관리기관의 특수성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행정 업무와 선거 업무는 다르기 때문이다. 선거 업무는 장비·인력·개표 준비 중 어느 한 축만 흔들려도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와 선거 결과의 신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보장받는 만큼 그에 걸맞은 운영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대체인력 충원도 한계가 많다. 지난 2017년 대선부터 이번 6·3 지방선거까지 최근 10년 동안 휴직자의 81.1%는 실무자인 6~7급에 집중됐다. 휴직자를 대체하는 임시 인력은 장비 운용, 개표장 운영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선거 관련 법령 이해, 현장 경험, 돌발상황 대응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전문직위·전문관 제도를 선거 핵심업무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에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순환보직이 곤란한 직위를 전문경력직위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장비·전산·물류·위기대응 분야의 숙련도를 충분히 축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못 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대안으로는 '필수보직 책임제'가 거론된다. 기존 전문직위·전문관 제도와 별개로 전국선거 핵심기간에 고위험 업무의 책임자와 대체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해 인력 공백을 관리하는 제도다. 전국선거 6개월 전부터 선거 종료 1개월 후까지를 선거 핵심기간으로 정하고 선거인명부·전산, 사전투표 장비, 본투표 투표소 운영, 물류·비상공급, 개표장 운영, 정당·후보자 대응, 민원·위기대응 등 보직별 책임자와 대체책임자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는 선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업무량 차이가 큰 조직인 만큼 평시 인력 규모와 선거기 인력 수요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며 "상시 인력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선거기 핵심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배치할지 별도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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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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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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