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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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디죠?", "A고교 출신 맞으세요?"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 선 6인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에게 취재진이 던진 질문이다. 내정자들은 "A고 출신이다", "원래 고향은 B도지만, C도에서 주로 살았다" 등 시시콜콜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이 넘치는 사담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인수위 담당기자들은 속이 터진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수차례에 걸쳐 각 부처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장·차관급 참모진 인사 발표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발표 과정에서 박 당선인 측과 인수위원회는 내정자의 전·현직 직책만 소개할 뿐, 인선 배경 설명은 거의 없었다. 내정자들의 간단한 인적사항조차 공개하지 않아 취재진은 인물정보 사이트 검색에 바빴다. 인사 발표를 맡은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등은 인사 명단을 읽는 역할에 그쳤다. 의례적인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발표자들은 인선 배경 질문에는 충분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IT회사에 가면 개발을 못해요." 명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황모씨(26)의 말이다. 재학 중 창업한 회사에서는 기술개발을 책임졌고, 병역특례로 국내 유명 게임업체에서 2년간 SW(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다. 온라인용 텍스트게임을 직접 코드를 짜서 만들 정도였지만 그는 졸업 후 그는 증권사에 입사했다. 또 다른 컴퓨터공학과 졸업생 이모씨(28)도 전공과 상관없는 대기업 영업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씨는 "다들 경력을 살리고 싶어한다"면서도 "나 때만해도 의대 포기하고 컴퓨터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을 때였는데 정작 취업할 때 되니까 개발자로 10년 뒤, 20년 뒤 내 모습이 안 그려졌다"고 털어놨다. 황씨나 이씨처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IT업체가 아닌 금융업이나 제조업 등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 계열 IT회사에 들어가면 프로그램 유지보수에만 투입되거나 조금만 경력이 쌓여도 매니저 역할을 떠맡아 현장을 떠나야 한다는 얘기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 어렵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업은 물론 한식, 중식, 양식 등 외식업종 전반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동반위가 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을 배려하려는 원칙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 가맹점수의 2% 이내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신규출점을 막은 것은 해당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도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 해당 프랜차이즈들이 최근 수년간 엄청난 속도로 신규출점을 해온 성과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3년간 이 같은 제한이 기업의 실질적 성장을 가로막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동반위의 세부기준을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일률적 잣대가 적용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존 동네빵집에서 '500m' 이내에서는 신규출점을 제한한다는 것이 대표적 예다. 왜, 어떤 기준에서 500m를 적용했는지 설명이 없다. 500m는 버스로 2정거장 남짓 거리로 소비자들은 500m 거리에 있는 빵집으로 빵을 사러 가지 않는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가 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 추진은 시급한 일이 아닙니다. 급하게 진행하지 않을 겁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지난달 인수위를 출범할 당시부터 거듭 강조해온 얘기다. 늘어난 복지 재원 마련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민영화 문제는 '뒷전'이라는 뜻으로 비춰진다. KAI 민영화 작업이 새 정부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업계는 정치적 변수에 눈치만 보고 있다. KAI 민영화가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차기 정권으로 가면서 결국 민영화 반대 목소리와 정치권의 입장이 맞물려 매각 건이 무산될 수도 있어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8월과 12월, 두 번의 입찰이 무산되면서 매각 일정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KAI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입찰포기를 알리면서 발을 뺐다. 현대중공업 또한 KAI 인수에 대한 꿈을 잠시 보류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2차 입찰이 유찰된 후 향후 매각 일정과 절차를 논의해야 할 주주협의회가
지난 17일 밤 8시25분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총성과 같은 폭음이 울려퍼졌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불은 1시간30여분 만에 건물 8채와 점포 19개를 태우고서야 한풀 꺾였다. 한 순간 잿더미로 변해버린 정든 이웃 가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빛에는 안도와 안타까움이 뒤섞였다. 화재가 발생한 골목은 종로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옛날 정취'를 잘 담고 있던 서울 속의 작은 서울이었다. 인사동과 종각역 근처에 자리해 있고 삼성, SK 등 대기업도 인근해 퇴근 후 직장인들은 물론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인근 피맛골도 재개발과 동시에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해 몇 남아있지 않은 옛날 골목이어서 서민들의 애정은 더욱 깊었다. 하지만 이 옛스러움과 정스러움이 되레 서민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경찰조사 결과 세월이 묻어 있는 낡은 건물은 목조로 지어져 너무나 쉽게 불에 탔고 빠르게 옆 건물로 옮겨갔다. 이웃 건물끼리 정답게 '다닥다
"찍지 마세요. 연예인은 아니지만 저에게도 초상권이 있거든요." 지난 주말 '해외명품대전'이 열린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선 이른 아침부터 구름떼처럼 몰려든 고객들과 이를 촬영하던 취재진 간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신세계를 비롯한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일 년에 두 번 이월상품 위주로 대대적인 명품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브랜드별 할인율이 최고 70~80%에 달하다 보니 행사때마다 엄청난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이 모습을 담기 위한 취재열기도 뜨겁다. 이번에도 백화점 개점 전부터 수 백 명의 고객들이 로비에 대기하고 있다가 문이 열리기 무섭게 행사장을 장악했다. 일부 행사장은 과도한 혼잡을 우려해 줄을 세우고 입장을 통제했는데, 대기 줄이 복도를 따라 한 층 전체를 메울 정도였다. 문제는 이 모습을 쉴 새 없이 촬영하는 취재진과 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고객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일부 고객들은 취재진에게 직접 촬영 중단을 요구하거나 현장에 나와 있던 백화점 관계
중국 당나라 2대 황제인 태종 이세민은 정관 6년(632년) 신하 위징에게 관리 선발의 기준에 대해 물었다. 위징이 답했다. "인재를 선발하려면 반드시 그들의 품행을 엄격히 살펴야 합니다. 잘못해 나쁜 사람을 기용하면 설령 그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폐해가 아주 클 것입니다. 천하가 혼란할 때에는 오직 재능만 요구할 뿐 덕행 여부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태평성대한 시대에는 재능과 덕행을 모두 갖춘 사람만이 기용돼야 합니다." '통치술의 바이블'로 통하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관정요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추앙받는 당 태종과 신하들 사이의 대화를 담고 있다. 공직 인사에서 '능력'과 '도덕성'의 딜레마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능력과 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태종의 '멘토'인 위징이 내린 결론은 "난세에는 능력만 있어도 되지만, 태평성대에는 도덕성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김 과장님, A증권사로 옮기셨습니다." 유례없는 주식시장 침체에 금융투자업계 구조조정 삭풍이 거세지고 있지만 채권시장은 전혀 딴 세상이다. 철모르는 인력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보통 증권사 결산이 끝난 뒤인 4~5월에야 시작되는 스카우트전이 연초부터 달궈지고 있다. 연차가 적당하면서도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과장이나 차장급의 경우 조금 과장하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그만큼 실력만 있으면 언제든 채용하겠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채권맨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는 운용팀에만 그치지 않는다. 1년새 채권 애널리스트가 30% 이상 늘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없어서 못 뽑지 남아도는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채권 관련 인력을 10여명 영입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인력 충원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지난해말 채권영업부장을 채용한 데 이어 과장급 딜러를 스카우트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채권 관련 인력을 20명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
이웃간 방화와 살인사건까지 부른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정부가 부랴부랴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대부분 '벽식 구조'로 건설되는 골조건설 방식을 '기둥식 구조'로 유도하겠다는 게 국토해양부 개선안의 요지다. 기둥식 구조가 벽식 구조에 비해 '층간소음' 저감효과가 크다는 분석이지만,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시큰둥하다. 단순히 골조 공사비 상승을 우려한 것은 아니다. 기둥식 구조로 지을 경우 3.3㎡당 15만원 안팎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의 인센티브 부여와 업계 자체의 절감 노력으로 분양가 상승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데는 업체들도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기둥식 구조로 아파트를 지을 경우 '층간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벽식구조보다 탁월하냐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의 건축기술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벽을 통한 것보다 기둥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진동이 분산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양쪽 구조를 시공한 아파트의 예를 비교해 보면 실제 거주자가 느
"검찰의 수사결과를 접하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유죄도 아닌데 검찰 기소만 갖고 벌이는 언론플레이다." 지난해 7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사이에 오간 설전이다. 수원지검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기술을 LG디스플레이에 빼돌린 혐의로 전 현직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을 기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사건에 대한 설명보다 기억에 남는 건 상대회사를 비하한 날선 발언들이었다. 두 회사 고위 임원들 입에서 이 같은 말이 오갔고 반박 재반박 재재반박을 이어나갔다. 법정이 아닌 장외에서 벌이는 난투극은 얻는 것도 없이 서로를 헐뜯고 할퀴어 놓기만 했다. 최근 화해 국면에 접어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냉장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날카롭게 쏘아붙이던 두 회사가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 및 자료 사용금지
'21세기 건축의 기적', '현존하거나 시공 중인 세계 건축물 중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 해외 고급건축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쌍용건설이 받았던 찬사들이다.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73층 호텔을 포함한 싱가포르 래플즈시티 프로젝트, 건설 시공부문 최초 금탑산업훈장 수상, '현대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등등…. 쌍용건설의 자랑거리는 수도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처참하다.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외부도움 없이는 사실상 부도를 맞을 처지다. 건설경기 침체 와중에 잇따른 국내 사업장 부실이 치명타였다. 경기도 기흥 코리아CC 내 투스카니힐스의 대규모 미분양, 서울 우이동 콘도사업 중단 등이 도화선이 됐다. '위탁관리' 책임만 맡고 있는 캠코는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며 공을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은 캠코의 지원 없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규정상 도와줄 방법이 없는 캠코와 마냥 부실 부담을
정홍원 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앞서 한 차례 총리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자진사퇴했다. 또 총리후보를 끌어내리기는 야당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재산과 병역이라는 '떡밥'이 워낙 크다. 정 후보자에게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새 총리에게 지워진 부담은 막중하다. 총리실을 비롯한 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이 시작된 직후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 세종과 서울을 오가며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 안팎에서는 "새 총리에게 김황식 총리만큼만 하라는 말이 가장 큰 부담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총리에 대한 관가의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현 정권의 입장에서 김 총리는 야구로 치면 최고의 구원투수였다. 행정수도법 논란에 휘말리며 정운찬 전 총리가 떠난 후,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까지 낙마했다. 무사 만루위기였다. 이 상황에서 김 총리가 등판할 때만 해도 그가 이 정부 마지막까지 행정수반의 자리를 지키며 문민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