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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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기사는 02월14일(17:1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제가 카자흐스탄에서 화력발전소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컨설팅 비용을 A사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기사로 쓰시면 절대 안 됩니다" 얼마전 코스닥 상장회사인 A사를 인수하기로 계약한 K사 회장이 한 말이다. A사를 인수한 이후 어떤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 갈 것인지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는 정부 고위 관료출신인 K사 회장 뿐 아니라 M&A를 주선한 사람과 해외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다는 외국인, 유명 연예인의 남편도 자리를 같이 했다. 각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흠잡을 것이 없을 정도다. 당시 K사가 밝힌 인수금 마련 계획은 이렇다. K사 회장은 고위 관료 출신답게 국내 대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고, 여기서 컨설팅 비용 수백억원이 나오는데 이를 중도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곡기를 끊은 지 아흐레째. 길에 나온 지 어느덧 보름을 넘겼다. 새 학기라 한창 바쁠 선생님이 거리에서 풍찬노숙을 감행했다. 5일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6일째 찬바람을 맞은 송정순씨(44) 볼은 까칠하고 붉었다. 송씨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부문과 여성 비정규직 해결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정부 공공부문과 학교 비정규직노동자 가운데 여성이 99%에 육박하는데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학교에는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 외에도 아이를 돌보는 수많은 손이 있다. 점심시간마다 밥을 챙겨주는 급식 조리사를 비롯해 책을 골라주고 추천하는 도서관 사서가 학교 안에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뤄진 '수많은 손'은 한해마다 바뀐다. 송씨는 지난해 서울 역삼중학교에서 1년간 과학보조 선생님으로 재직했다. 송씨같은 비정규직 교사는 해마다 해고통지를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연례행사. 전국 학교에서 소리 없
"무사 3루에서 주루사했구먼."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앞둔 한 법관의 부인이 숨졌다는 부고에 한 법조인이 씁쓸하게 내뱉은 말이다. 판사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변호사 부인이 되기 직전 생을 달리했으니 득점을 앞두고 아웃처리된 주자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리 법조계의 어두운 그림자인 '전관예우' 현실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말이다. 판·검사로 재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면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변호사로 활동해온 동기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다. "그동안 못 번 돈을 전관 '약발'이 다 되기 전에 벌 수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들린다. 공직시절 인맥, 학연, 지연을 이용한 변론은 차치하더라도 전관 변호사가 강점을 보이는 것은 '경험'이다. 사건선임계를 내지 않고 인맥을 통해 변호하는 '전화변론' 외에도 전관 변호사에게 이점이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판사와 검사 재직 당시 숱한 사건을 처리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시의적절한 변호가 가능하다는 것. 한 현직 판사는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 금융완화정책(아베노믹스) 추진으로 엔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자 세계적으로 환율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해 말부터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본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이 의도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불만이 쏟아졌다. 이를 바라보는 일본 언론들은 한국엔 "반일감정과 연동한 환율 내셔널리즘이 대두됐다(산케이신문)"는 식으로 주변국의 불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오랜 경기 불황을 겪은 일본으로선 엔저로 수출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경기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비판의 목소리엔 귀를 닫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깊었던 만큼 일본 경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에 거는 기대는 머지않아 실망감으로 바뀔 수도 있다. 무역수지를 보자. 일본은 원자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엔 원전이 가동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의 간판스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사퇴 의사를 밝히자 ICT(정보통신기술)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벤처신화'로 불리며 과학기술, 정보통신 영역에서 두루 현장 경험을 쌓은 그에게 거는 산업계의 기대가 컸던 만큼 그의 갑작스런 사퇴에 아쉬움도 컸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를 주저앉힌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의 난맥상이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방송 업무를 놓고 여야간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김 내정자가 물러날 때까지 미래부는 신설되지 못했다. 그도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등의 표현을 쓰며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이뤘지만 해묵은 정쟁 앞에서 '코리안 드림'은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불호를 떠나, 기존 정치인이나 관료와 달리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신선한 인선이어서 변화가 기대 됐는데 능력에 대한 평가
새해 들어 M&A(인수·합병) 소식들이 연이어 들리지만 거래당사자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십수 년째 IB(투자은행)업계에 몸담고 있는 국내 대형증권사 한 임원은 "올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M&A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딜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딱히 뛰어들 만한 것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먹잇감'이 많아 보이지만 실속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올해는 현대건설, 하이닉스 매각이 진행된 2011년이나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등 굵직한 딜이 많았던 지난해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IB업계의 전언이다. 연초부터 진행이 시작된 STX·동양·웅진그룹 계열사들의 매각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해당 기업의 건전성 문제, 업황과 경기불황 여파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살 만한, 혹은 팔 만한 것을 심사숙고해 딜을 성사시켜야 하는 IB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IB업계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수료마진도 점차 축소되는
"이번 사고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빠른 시일 안에 환경안전 업무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겠습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3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 표명은 이번이 4번째다. 삼성전자가 하나의 사고로 이처럼 많은 사과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가 잇따르면서 커진 주민들의 불안감과 삼성에 대한 신뢰 추락 등과 무관치 않다. 최근엔 삼성전자를 아예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경찰의 출동부터 소방차의 진입까지 막았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연일 이어졌고 삼성전자는 졸지에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집단으로 매도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비상벨이 울렸는데도 삼성전자가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들이 새 정부에 대한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박근혜 정부가 자본시장을 활성화시켜 중소기업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한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살아나면 중소·중견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한결 용이해지고, 금융투자 업계는 불황 타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시장 참여자나 중소기업이 모두 주목하는 자본시장 공약의 하나는 코넥스(KONEX)의 설립이다. 이미 한국거래소는 초기 중소기업을 위한 코넥스를 올 상반기 출범시키기로 하고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코넥스에 참여하게 될 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코넥스는 전문 투자자와 벤처캐피탈(VC), 기본예탁금 3억원 이상인 개인투자자에게 진입이 허용된다. 리스크가 큰 탓에 투자자를 이처럼 제한했는데 '큰 손'인 연기금이 뛰어들지도 미지수다. 당국은 벤처캐피탈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해당 업계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투자 리스크가 큰
"무슨 방법이 없잖아. 나 혼자 알아서 처리해야지 뭐. 당신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를 잃고 있는데, 그것은 분개하는 능력과 그 결과로 이어지는 '앙가주망(사회참여)'이다." 이틀 전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프랑스 작가 스테판 에셀의 에세이인 '분노하라(INDIGNEZ-VOUS)'에 나온 유명한 구절이다. 32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은퇴한 스테판 에셀이 한 행사에 참석해 가졌던 짧은 구두 연설을 듣고 감동한 한 편집장의 애절한 부탁으로 출간됐다고 한다. 90세를 넘긴 노인의 따끔한 메시지는 미국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본의 상징인 월가에 반기를 들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2011년 월가의 부도덕성에 반발해 일어난 '월가 시위'는 비록 73일만에 막을 내렸지만 금융자본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재정을 통합 운영할 것이란 보도에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일이 있었다. 분노는 곧 '한국납세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구 마니아다.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직에 있는 동안 한번도 야구장에 못 갔지만 매일 그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챙겨봤다. 저녁 자리에 앉으면 우선 그날 경기 스코어부터 확인할 정도였다. 너무 야구 이야기 많다는 소리에 자제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그는 정책의 방향이나 자신의 마음가짐을 야구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에 비유하면 그는 실점 위기에 등판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한 복판이었고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국내적으로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었고 물가는 치솟는 상황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이없는 실점은 하지 않겠다"며 수비를 강화했다. 물론 공수 교대를 기다리며 '공격 작전'도 짰지만 불행하게도 그가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다. 수비에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재정건전성이었다. 스스로 '스파르타의 300전사'처럼 나라 곳간을 튼튼히 지키겠다고 했다. 어느 장관이든 재정을 풀어 성장률을 올리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지만 그는
"점빵 다 열려 있드만" 경남 하동이 고향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투리 억양을 보태 던진 말이다. 취임 첫날인 27일 세종청사를 찾은 자리에서다. '점빵'은 가게를 뜻하는 '점방'의 경상도 사투리 표현.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것을 빗대 '휴업'이란 지적이 나오자 가게 문 열려 있다고 받아친 거다. 하지만 속으론 걱정이 태산 같다는 게 옆에서 보기에도 완연해 보였다. 문만 열어놨다고 해서 가게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새 정부의 상황은 '개점휴업'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주문을 해도 그 내용을 받아 안기도 어렵다. 선행 학습하듯 준비할 여건도 안 된다. 최소한의 길잡이라도 있어야 예습을 할 텐데 그마저도 찾기 어렵다. '바지 사장'이라도 사장이 있는 가게와 업는 가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부처의 장관은 그보다 더하다. 정 총리 스스로도 "부처는 당연히 장관 책임"이라고 말했다.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부처를 책임진다. 동시에 자신의 정책 구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신뢰'는 8번 등장, 그의 핵심공약인 '창조경제'와 같은 횟수로 언급했다. 이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가꿔 나가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계층·지역·세대별 갈등이 극심한 한국 현실에 비춰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는 고질적이고 첨예한 갈등구조 탓에 불필요한 사회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정책이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제동이 걸리는 일도 잦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란,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수입 파동과 그 후유증이 대표적이다. 정치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정치권 내부의 상호불신은 이 같은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탈(脫) 정치'를 내세운 제3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 이면에도 정치 불신이 자리했다. 이처럼 갈등이 야기하는 사회비용이 커질대로 커져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