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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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내 중소 조선사 중 하나인 A사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시중은행들이 선박제작비 4조원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실제 집행이 되고 있긴 한 것이냐"고 물었다. 수주를 한 뒤 은행들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뜨끈 미지근한 반응들뿐이어서 취재를 통해 은행들의 진정성을 알려달라는 주문이었다. 다급하면서도 답답해하는 수화기 저편의 표정이 짐작이 갔다. 지난달 말 전남 목포에 소재한 세광조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아SB는 워크아웃을 연장한다고 했지만 회생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국내 23개 중소 조선사 가운데 17개는 이미 파산했고 남은 곳들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풍전등화 상태다. '빅3'의 그늘에 가려 이들 중소 조선사들은 정부와 금융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몰락해가고 있다. 조선소 종업원들의 대량 실직으로 지역 경제 타격도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초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이 4조원 규모로 선박제작금융을 지원한다고 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촉발된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봉합모드로 들어갔다. 극한 대립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던 '돈검사' 사건과 '성(性)검사' 사건에서 양측은 화해의 모양새를 취했다. '돈검사'사건에 대한 대검찰청 특임팀의 수사결과에 대해 경찰은 "우리가 제기했던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이 포함됐다"며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놨다. 특임팀 수사결과 '돈검사'의 혐의금액은 10억400만원이다. 경찰이 제기했던 혐의 금액 9억70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성검사' 사건 피해자 사진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도 검경은 유출자를 찾는데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이 내부감찰을 통해 유출자를 색출한 후 경찰이 요청한 증거자료와 함께 경찰로 넘기겠다는 것. 경찰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돈검사' 사건 수사에선 경찰이 제기했던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돼 수사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성검사' 피해자 사진 유출사건은 결국 검찰로 수사책임이 넘어갔다. 수사결과가 흐지부지하면 비난 여론은 검찰을
대선이 얼마 남지 않긴 했나 보다. 어느 자리건 대선, 정치 얘기가 주다. 금융권이나 관가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최대 관심사는 물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다. 자신만의 분석과 분석틀을 내놓으며 12월19일을 점친다. 대화의 흐름은 비슷하다. 역사의식, 시대정신의 거대 담론에서 출발한다. 언어의 유희가 한창 진행된다. 고비를 넘으면 기술적 분석 시간이다. 연령별·지역별 인구 분포, 역대 대선의 투표율과 득표율 등 온갖 분석틀과 논거가 쏟아진다. 다음은 넋두리 시간이다. '누가 되든 뭔 차이가 있겠나' 류의 발언이 나올 때다. 이 단계를 지나면 조직의 미래가 화제에 오른다.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관가나 금융당국의 관심도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직후 대규모 정부조직개편을 경험한 터라 더 그렇다.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 국제금융 파트' '기획예산과 금융·세제의 분리' '감독기구의 개편' 등 온갖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역시 결론은 공허하다. 실제 칼자루를 쥐는
“증권사가 내는 수수료로 수익을 내면서 정작 증권사와 함께 하는 사회공헌활동은 거의 없어요.” 연말연초를 맞아 기업, 기관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여의도에서 사회공헌 활동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증권예탁원을 두고 증권사 직원들이 쏟아내는 불만이다. 다른 증권관련 공공기관과 달리 예탁원은 공공기관 변경 이후 꽤 좋은 업무평가를 받아왔다. 그 비결은 부쩍 사회공헌에 돈을 쏟아 부으며 대외 이미지 관리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더나아가 김경동 예탁원 사장은 올해 8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KSD 나눔재단의 자본금을 현재 3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늘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예탁원은 2009년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KSD나눔재단을 만들었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SD나눔재단은 지난해 공익사업에만 17억원을 썼다. 2010년 5억7000만원에 비하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예탁원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발벗고 나서면서 관련예산도
영국 왕실이 연일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 경사스런 분위기도 잠시, 미들턴이 심한 입덧으로 입원 병원에서 담당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호주의 한 라디오방송에서 영국 여왕과 찰스 왕세자를 흉내 낸 장난전화로 미들턴 왕세손비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를 방송에 내보내자, 당시 전화를 받았던 간호사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자살한 것이다. 간호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방송사에 대해 광고 거부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하니 방송사도 위기에 놓이게 될 처지다. 물론 잘못이야 장난전화를 건 방송 제작진에게 있겠지만 왕세손비의 건강정보를 노출시켰다는 이유에서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니 왕실에서도 유감스러울 일이다. 최근 미들턴 왕세손비는 상반신 노출 사진이 프랑스 잡지에 게재돼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보다 앞서 해리 왕세손은 누드 파티 사진이 공개돼 왕실이 골머리를 썩기도 했다. 이처럼 영국 왕실의 권위와 품위가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 인 만큼 정책기조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권 말에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정책 방향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비전2030'이 그랬고, 이명박 정부의 '장기전략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장기전략보고서'는 19일 대선이 끝난 후 발표될 예정이다. 야심찬 의도와 방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비전2030'은 사장됐다.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비전이다 보니 ‘세금폭탄선언서’ ‘1100조원짜리 장밋빛 청사진' 등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떠나는 정부가 정권 말에 왜 오버하느냐'는 비판도 빛을 보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장기전략보고서'도 비슷한 신세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연초에 기획재정부가 장기전략국을 신설하고 장기전략보고서 발표 계획을 내놨을 때부터 예견됐다. 정부가 당초 9월에 발표하려다 대선 이후로 발표 시기를 미룬 것도 '비전2030 학습효과'의 영향이 크다
지난 1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를 예고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4일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했다. 임 본부장은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국무부 당국자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 미사일 저지를 위한 공조 체제 강화 방침을 확인했다. 임 본부장은 5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안 하는 게 최고의 결과라는 판단아래 외교적 노력을 끝까지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통일부도 이례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 비용을 공개하면서 측면지원에 나섰다. 통일부는 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비용이 13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전날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 비용이 최대 32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당국이 식량난 등 당면한 경제난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북한의 미사일
논어의 첫 부분 '학이편' 가장 첫 구절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게 군자답다는 공자의 말씀이다. 배움의 길에 임하는 자세를 뜻하는 동시에 인생살이 전반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물론 쉽지 않다. 주위에서 제동을 걸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화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화를 내면 군자의 품격을 갖추는 일은 멀어진다. 군자의 품격이 필요한 높은 지위일수록 언행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개그프로그램의 소재로 등장하는 '거지의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상 각자의 자리에 어울리는 품격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한 금융지주사 회장의 술자리 소동이 구설수에 올랐다. 보험사 인수를 추진해왔으나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자 취중에 난동을 부렸다는 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식 진상조사를 요구했을 정도다. 회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통터질 수도 있다. 알려진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최근 만나는 검사들의 첫마디는 대부분 이렇다. 지난 11월 한달 동안 검찰내부에서 일어난 각종 비리의혹, 내분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잇단 비리사태에 정치적·편향적 사건처리 논란 등 품고 있던 고름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한 검사장은 "이런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을 보면 역사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떤 평검사는 "(검사로 살아온 게) 헛된 시간 같다"면서 속상해 한다. 검찰 내부에서 조차 검찰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이 처럼 신뢰를 잃은 조직이 스스로 개혁한다고 한들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마련 중인 검찰 개혁안에 대한 불신도 동시에 나온다. 이 같은 불신은 '정치검찰'을 만든 원인에서 시작한다. 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야 차치하더라도 검찰이 정치적으로 사건처리를 했다면 그 책임을 검찰에게만 물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박근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선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일찌감치 민주당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던 4년 전과 달리 막판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졌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건 TV토론회였다. 오바마 후보에게 크게 뒤졌던 공화당 롬니 후보가 1차 토론회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2차 토론은 오바마의 '싸움닭' 전략이 성공, 지지율이 엇비슷해졌다. 그 기세를 3차 토론까지 이어간 오바마가 최종 승자가 됐다. 선거 막판 허리케인 피해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은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역동성이 넘친다. 시청률 역시 풋볼과 야구 등 인기스포츠를 넘어선다. 후보들은 방청객 앞에서 다양한 질문을 받고 의견을 피력한다. 이른바 '타운홀(Townhall)' 형식이다. 백미는 양자 토론이다. 상대 질문을 받아 적을 수 있는 메모지만 준비한 채 '맞짱 토론'을 벌인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표정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후보 간 치열한 공
지난달 12일 저녁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공항에 도착한 기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짐을 찾기 위해 수화물 컨베이어벨트를 쳐다보는 내내 국산 가스레인지와 전기히터, 자전거, TV까지 각종 공산품이 쏟아져나왔다. 그 많은 짐의 주인은 모두 우즈베키스탄인들이었다. 한 사람당 손수레 2~3개 정도 분량의 많은 짐을 끌고나오는 이들은 '보따리장수'였다. 이 행렬은 무려 1시간50분을 넘어서야 그쳤다. 그 많은 짐이 과연 한 대의 비행기에 실려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거의 2시간 동안 짐을 찾기 위해 수화물 컨베이어벨트를 쳐다보느라 허리가 아프고 눈마저 따가웠다. 그들이 대부분 떠나고 포기했을 무렵 그제서야 본인의 캐리어가 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따리장수들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한 달에도 적게는 수 차례에서 많게는 수십 차례 왕래하기 때문에 'VIP' 수준의 마일리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보따리장수 수화물이 먼저 나왔고 나머지 승객들의 짐은
"유럽 은행들에 미국보다 먼저 바젤Ⅲ를 적용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지난달 유럽은행연합(EBF)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에게 글로벌 은행 규제안인 바젤Ⅲ도입 시기를 늦춰달라며 이 같은 하소연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바젤Ⅲ는 지난 2008년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 은행권 건전성 규제 감독 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마련된 규제안이다. 자기자본 강화를 통해 위기 시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바젤Ⅲ는 내년 1월 1일부터 각국 글로벌 은행에 적용키로 했던 것이었다. 주요20개국(G20) 정상들 간 합의임에도 불구, 미국과 유럽 은행권은 바젤Ⅲ의 시행시기를 연장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이런 태도로 나오자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웨인 바이어스 사무총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바젤Ⅲ를 시행할 준비가 됐다"며 이들의 불만을 일축했다. 금융위기 발발의 주범이라는 원죄를 갖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