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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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의 기능이 일부 강화된 것은 맞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큽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지난 15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천명한 것과 관련, 이번에 중기청이 중기부로 승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경제부총리와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등 기존 15부2처8청을 17부3처17청으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현재 지식경제부 산하 중견기업국 등이 주관하는 중견기업 정책을 중기청으로 이관하는 건이 포함됐다. 이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중기청이 관할케 하는 것으로 중기청 권한이 어느 정도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이번 개편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최근 박 당선인의 행보로 비춰볼 때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운 내용일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중심 경
"증권업계가 한창 어려운 지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또 다시 낙하산 인사들이 줄줄이 내려올까 걱정입니다. 증권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오면 선무당 사람 잡는 식으로…."(A증권사 관계자) 증권가의 중심인 동여의도는 곧 불어닥칠 수 있는 인사태풍에 '정중동' 상태다. 정권교체철이 되면 동여의도의 주요 자리들은 새 얼굴로 채워지곤 했다. '신도 가고 싶은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증권 유관기관에는 증권, 금융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인사들이 내려오는 경우가 잦았다. 노조의 반발이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국정감사 때만 되면 낙하산 인사를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만 해도 증권전산을 담당하는 코스콤에서 IT(정보기술)와 전혀 무관한 청와대 출신이나 MB대선조직인 안국포럼 출신이 임원 등에 선임된 것을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다. 증권 유관기관 등에서 '내려온' 인사들이 윗선의 의중만 헤아릴 경우 시장과 불통하기 십상이다. 불통은 대개 비효율로 이어진다. 문제는 현재 증권업
기자가 묻는다. "인수위 보고 때 무슨 얘기를 들었어요?" 대답은 한결같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어느 부처 공무원이나 똑같다. "인수위 간사나 인수위원이 한 멘트라도 있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니까…". 이젠 관용어구가 된 '불통 인수위' '깜깜이 인수위'의 1주일. 기자가 느낀 현장은 불통보다 '모순(矛盾) 투성이'다. 인수위는 출범 때부터 '낮은 자세'를 강조해왔다. 브리핑 때마다 '지겹도록' 되풀이됐다. 선의를 비꼬자는 것은 아니다. 점령군처럼 거들먹대는 모양새를 지양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히려 존중받을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 사례만 봐도 확인된다. '낮은 자세'를 강조하시는 분들은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데 현실에선 '함구령'과 같은 명령이 된다. 낮은 자세를 가진 분들로부터 내려지는 '지시'다. 말장난이 아니라 역학 관계의 엄연한 현실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모순은 업무보고 내용의 브리
2013년 1월 15일. 세종시 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에겐 특별한 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으로 세종시를 방문한 날이어서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주재를 위해 이날 세종시 국무총리실을 찾았다. 청사 공무원들은 다소 고무된 분위기였다. 정권의 '미운오리' 격으로 홀대를 받던 세종시에 '드디어' 수장이 찾아온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단 한차례도 찾지 않았다. 세종시와 질긴 악연이 있다지만 정부 공무원이 일하는 공간을 국가 지도자가 애써 외면한 파장은 간단치 않다. 세종시가 미비한 환경과 준비 부족으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도 사실 이 대통령의 무관심과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보면 청사 내 유해물질 검출 문제는 이미 예견된 거다. 수도관 동파사고도 심심찮다. 제설장비가 없어 눈이 내리면 도로는 시베리아 설원이다. 여기까지는 새 청사에 입주한 대가라 치자. 생활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보육시설은 물론 집도 태부족이다. 주택 공급이 늦어 부동산 값만 뛰고
조선시대에 '열녀비'가 세워진 이유는 열녀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드물었기 때문이라는 한 역사학자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열녀가 흔하면 일부러 상을 줘서 기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설명인데 역사의 '반어법'을 잘 보여준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 훌리건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묘하게 이 비유가 떠올랐다.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강경일변도를 걷고 있는 일본의 모습에서 되려 일본의 아픔이 느껴졌다. 한 때 미국을 제치고 경제대국 '1위'자리를 위협했던 나라가 일본이다. 지금은 '잃어버린 20년'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여전히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제 원조를 저개발국에 제공하고, 미국이 발행하는 국채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경제적 기여와는 별개로 일본은 숙원사업인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입성에 번번이 미끄러졌다.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파워가 그
'성추문 검사' 피해여성 사진 유출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지난 10일 검사 2명과 검찰직원 3명을 입건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28일 시작돼 두 달간 진행된 서울 서초경찰서의 수사는 검찰이 제공한 자료에 의지해야 한다는 한계 속에서도 사상 최초 검사를 상대로 한 강제수사라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수사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과연 경찰이 '최대한의 성과'를 올렸는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경찰은 입건된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피해여성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얻은 경위를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에 소환된 국모 의정부지검 검사는 "나는 개인정보 없이도 E-Cris(전자수사자료표)에서 피해여성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만 진술했다. 국 검사 외에 입건된 또 다른 검사와 검찰직원 등 4명은 모두 피해여성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경찰은 이들 사이에서 어떤 경로로 사진이 유포됐는지 밝혀냈을 뿐, 이들이 어떤 권한으로 사진을 입수했는지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카드 무이자할부서비스가 논란끝에 설날 이후로 유예됐다. 그대로 두면 설날이후 또한번 홍역을 치뤄야할 게 뻔하지만 대응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설 연휴가 끝나면 바로 신학기가 돌아온다. 뒤이어 여름 휴가철이 있고 추석연휴도 올 것이다. 설날 논리라면 쇼핑철마다 예외적으로 무이자할부를 부활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규제의 유명무실화다.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원래 카드 무이자할부는 모객과 카드 이용 활성화를 위해 카드사가 자기비용을 들여 하는데서 출발했고 그 관행이 이어져 왔다. 자기가 필요해서 자기가 비용을 댄 전형적인 시장논리다. 제품값을 낮춰주는 효과 때문에 소비자에 대한 유인력이 컸다. 가전이나 중고가 의류, 패션잡화, 레포츠용품 등 목돈이 들어가는 상품을 살 때 가장 유용한 방법이 무이자 할부였다. 그러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이 나오면서 명분이 이상하게 달라졌다. 카드사의 무이자할부로 백화점이나 마트도 매출을 늘리는 이익을 봤으니 무이자 할부비용을 절반 분담
"민주당, 정말 큰일이다." 18대 대선 이후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대선 패배 충격이야 서서히 벗어난다 해도, 패인을 분석하고 비전을 새로 수립하는 일은 더 큰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지고도 평가·반성 없이 대선에 나선 점, 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대선 본선 준비에 소홀한 점, 박근혜 당선인이 '유신의 딸'이란 프레임에 무너질 것이라 과소평가한 점, 20대에서 표를 얻는 사이 5060 세대 무더기 표를 잃은 점…. 열거하기에도 벅찰 만큼 많은 패인을 일일이 점검하고 넘어서야 한다. 글자 그대로 뼈를 깎는 아픔 없이는 쉽지 않은 길이다. 당내에서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그래서 위태롭고 안타깝다. 물론 문재인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 핵심 인사들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타당하다. 경선과 후보 단일화, 대선 국면에서 각종 실책을 저질렀다면 그 결정권자가 누구였는지 찾고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에 뛰었던 사람은 나서지 말라"는 주장을
"재테크 상담을 하러 오는 분들은 대부분 자산공개를 두려워 하세요. 재테크의 시작인데 말이죠. 또 대부분 고객은 자산관리를 다른 세상 얘기로 여기지요." 한 증권사 은퇴연구소 관계자 말이다. 세미나나 행사를 다니면서 만나는 고객들은 막상 상담이 시작되면 자신의 재정상태를 드러내릴 꺼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수익률 높은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한단다. 실제 여의도 증권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떤 종목을 사야 하냐"일 것이다. 기자는 삼성전자라고 농반진반으로 넘기고 만다. 좀더 진지하게 접근해본다면 "만능주식, 만능상품은 없다"가 답일 것이다. 투자자마다 투자성향, 투자목적, 시드머니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니 기본적으로 나이, 하는 일, 처한 상황이 제각각일 텐데 같은 투자전략이 나올 리 없다. 게다가 상품은 너무 많고 주의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사 상품이 나올 때마다 가입하고 투자해본다는 증권사 상품개발 담당자는 최근 만든 상품은 6개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2년 법관 평가를 발표했다. 1년 동안 나름의 기준으로 내린 평가를 종합해 우수법관과 하위법관을 선정했다고 하지만 서울변회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는 총 9100여명이지만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는 460명(5%)에 불과했다. 이들이 평가한 법관은 2738명 중 978명이지만 평균적으로 한 법관에 대해 2명의 변호사가 평가를 내렸을 뿐이다. 그나마 서울변회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5명 이상의 변호사로부터 평가를 받은' 법관은 174명(전체 법관 중 6%)에 그쳤다. 이 같은 일은 매년 반복됐다. 2010년 유효한 평가를 받은 법관은 155명, 2011년에는 161명이다. 참석한 회원은 517명, 395명 등 매년 회원 중 10%도 참여하지 않았다.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지적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발표에 참석한 한 기자는 '변호사들 인기투표 아니냐'고 힐난했다. 또 다른 기자는 발표자에게
"만일 버스운송사업자가 경찰의 교통신호를 담당하고 특정항공사가 항공관제를 담당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국토해양부가 이같은 이유로 코레일이 갖고 있는 철도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관제권은 열차배정 외에도 열차운행과 관련한 각종 지시와 통제를 담당하는 철도운행의 핵심 역할이다. 국토부는 철도 운영주체인 코레일이 관제업무까지 함께 맡다보니 안전보다는 비용절감과 수익성 향상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사고위험이 높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부산 금정터널 운행 중단사고가 대표적이다. 금정터널은 2010년 이후 모두 5차례나 사고가 나 인터넷에선 '헬게이트(지옥문)'란 별명도 생겼다. 광명역과 의왕역에서도 KTX와 화물열차가 각각 탈선했고 경부선을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에서 객차가 분리되는 황당한 사고도 있었다. 이렇게 열차 안전사고가 잊을 만하면 터지니 열차사고 예방을 위해 철도관제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일리
9일 오전 9시, 섭씨 영하 10도 아래에 북악산 기슭의 찬바람까지 불어대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현관 앞.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려진 이곳에 기자 수십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는 인수위원들에게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서였다. 인수위원들의 입장이 시작될 무렵 난데없이 베레모에 낡은 점퍼를 입은 노신사 한명이 나타났다. 그리곤 하얀 봉지에서 귤을 꺼내 기자들에게 차례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누구시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 노신사는 "그냥 배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노신사가 기자들의 주의를 끄는 동안 인수위원들은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피해 손쉽게(?)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수위원들의 입장이 끝나자 이 노신사도 회의장으로 사라졌다. 이 노신사의 정체는 바로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으로 있는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그가 나눠준 귤은 인수위원들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