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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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까막눈'이 된다. 반대로 의사는 '절대자'로 군림한다. 이는 '의료'와 '약'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의사가 내주는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아가 돈을 내고 약을 타는 것이다. 의사는 우선 환자에게 어떤 약을 쓸 것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동일한 성분의 약 중 어떤 회사가 만든 약을 쓸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다. 이것이 의사들에게 부여된 '처방권'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정부가 '처방권'을 부정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바꿔먹어도 되는 약' 등 의약품 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이 앱에 처방된 약의 이름을 넣으면 그 약의 가격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의 가격을 표시해준다. 환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성분의 약일 경우 더 싼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생긴 셈이다. 대체조제는 전혀 다른 성분의 약을 쓸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동일한 성분
"역외탈세와의 싸움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전쟁이다. 지금 인력구조로 거대 자본과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한 역외탈세자를 찾아내 세금을 추징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한 국세청 간부는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속내를 털어났다. 이날은 고액·지능적 체납자와 재산을 국외로 불법 반출한 체납자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이 출범한 날이다. 역외 탈세를 잡기 위해 새로운 출발선에 섰지만 만만찮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국세청은 그동안 역외 탈세와의 전쟁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구리왕' 차용규씨는 과세전 적부심사에서 국세청에 승소했고, '완구왕' 박종완씨도 1심에서 무죄를 받아 세정당국을 허탈하게 했다. 비즈니스 국경이 없어지고, 다양한 조세피난처가 등장하면서 역외탈세는 흐름을 파악하기조차 힘들어졌다. 반면 역외탈세자들은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전문 변호사를 대거 고용해 세금추징을 빠져나갈 구멍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심지어 전직 국세청
지난달 28일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방송 이후 박은정 인천지검 부청지청 검사(40)가 사표를 냈다. 박 검사는 나꼼수가 제기한 '기소청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49)의 남편 김재호 판사(49)로부터 나 의원에 대한 비방성 글을 올린 누리꾼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지목된 수사검사다. 박 검사가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나꼼수에 거론되면서부터다. 나꼼수를 '죽이려는' 검찰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된 주진우 시사인 기자(39)를 구속하려 했으나 박 검사가 '진실'을 폭로해 이를 저지했다는 것.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훼손시킨 박 검사는 조직 내에서 배신자가 됐으니 그를 지켜줘야 한다고 나꼼수는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나꼼수의 주장은 도처에서 허점이 보인다. 이들은 검찰의 정치적 동기를 거론하며 "통상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을 검찰이 직접 나서 수사한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사건은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나꼼수
"아직 계약금도 내지 않은 상태여서요. 계약금 납입이 끝나는 9일 이후 연락 주세요." 오프라인 학원업체 에듀언스는 지난 2일 최대주주 지티산업이 보유한 458만여주(14.64%)를 78억원에 경영컨설팅업체 나운기술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엔 하태윤 에듀언스 대표 외 3명이 458만여주를 지티산업에 넘겨 최대주주가 하 대표에서 지티산업으로 변경됐다고 했었다. 에듀언스 측은 불과 1주일새 최대주주가 2차례 바뀐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이처럼 궁색하게 답변했다. 경영권 양수도는 계약과 동시에 계약금이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티산업의 정석영 대표는 올 1월 하태형 공동대표와 함께 에듀언스 등기이사로 선임됐고, 당시 에듀언스의 신사업인 태양광에너지부문을 맡기로 돼 있었다. 에듀언스 주주들로서는 올들어 상전벽해처럼 바뀐 주주 구성 등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에듀언스의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 보고서에 명기된 지티산업의 업무상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정주영 엔젤 투자기금'이 출범한 지난달 28일. 아산나눔재단이 1000억원의 창업 씨앗자금(시드머니) 지원 계획을 밝힌 서울 상도동 '정주영 창업캠퍼스'는 활기가 넘쳤다. 국내 대기업이 청년 창업에 직접 '투자'하는 첫 '엔젤펀드'인 만큼 언론의 관심도 컸다. 심각한 청년 실업의 대안으로 청년 창업이 급 부상하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정주영 기금에 앞서 지난해에는 포스코가 젊은 벤처인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사고팔 수 있는 장터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출범행사를 지켜보면서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창업 지원'이 자칫 또다른 '창업 엘리트 지원'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행사에서 아산나눔재단 관계자는 "10명중 2~3명만 창업에 성공하면 나머지 8명에게 투자한 것을 다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성공한 케이스를 건지기 위해 다른 '실패'를 감수한다"는 시각은 그 자체가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걸 전제로 하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행정심판과 법률상담 분야에서 일할 변호사 5명을 행정 6급으로 채용키로 하고 공고를 낸 것과 관련, 사법연수원생과 변호사업계가 크게 반발했다. 연수생 간부와 대한변협 관계자 등이 권익위를 항의방문하기도 했고 결국 합격자 중 일부는 취업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관(5급) 직급을 받고 공무원으로 채용됐던 변호사들을 6급으로 뽑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연수원생은 5급 대우, 판·검사로 임용되면 3~4급 대우를 받는다. 행정고시 합격자는 5급 대우를 받는다. 연수원생들은 "연수원 출신을 행시 출신 사무관 아래에 두는 것은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자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무원 6급 이하로는 절대 지원하지 말자. 지원서를 제출한 사람이 있다면 철회하고 주위에 낸 사람이 있다면 철회를 권유하자"는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 측은 매년 행정안전부에서 일괄적으로 변호사 출신 중 5급 사무관을 (특채로) 채용하는데 올해는 특
외식업계를 출입하다보면 반나절만 자리를 비워도 수십통의 보도자료 이메일이 쌓이곤 한다. 국내에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약 3000개에 달하다 보니 자료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옥석을 가리기 어려울 때도 많다. 그 중 다수를 차지하는 타이틀들이 'ㅇㅇ동에 ㅇ호점 매장 오픈', '업계 최다 ㅇㅇㅇ호점 돌파' 등이다. 기자 입장에서 볼 땐 워낙 흔하디흔한 케이스들인지라 특별한 경우 빼곤 대부분 '킬'되곤 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외형 확장도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그만큼이나 내실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요즘 언론이나 온라인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프랜차이즈들을 보고 있노라면 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대표적인 게 최근 핫이슈로 떠올랐던 채선당 종업원의 임산부 폭행 사건이다. 다행히 경찰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지만, 채선당에겐 크나큰 생채기로 남게 됐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맹
'금감원 낙하산 감사'. 매년 이맘 때 쯤이면 단골로 등장했던 기사 제목이다. 이게 올해는 사라졌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며 금감원이 내린 '결단' 덕이다. "금감원 출신 인사를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두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저축은행 부실)와 해법(재취업 금지)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는 조치란 지적도 나왔다. 그래도 '상징적 조치' '자숙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그로부터 1년, 그 선언은 유효하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뭐든 과하면 문제다. 최근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시중은행장을 불러 "금감원을 떠난 지 4, 5년 이상 지났더라도 금감원 출신을 선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게 좋은 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금감원 인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데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여론이 좋지 않은데 상징적으로도 금감원 출신 인사가 배제돼야 한다"
"'하한마트'로 가요." 한 인터넷 투자정보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하이마트의 광고카피 "하이마트로 가요"를 패러디한 것. 하이마트의 최근 사정을 빗댄 것이지만 투자자 자신이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이마트는 선종구 회장 등 경영진이 1000억원 넘는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에 연이틀 급락했다. 이번 수사를 일선 지방검찰청이 아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맡는다는 점에서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이마트 시가총액은 이틀새 4500억원이 줄어든 1조35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이마트 대주주인 유진기업 역시 하이마트 지분매각 일정이 늦춰지면서 시가총액이 9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하이마트 소액주주의 수는 2169명, 유진기업 소액주주는 9599명에 달한다. 두 회사 소액주주들의 주식평가액 역시 이틀 동안 1800억원 이상 축소됐다. 주식
"현 시점에서 시장의 룰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로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삼성전자와 KT간 스마트TV 분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 사장은 "통신사들의 데이터 트래픽 부담은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국내와 전세계 통신업계의 판단"이라며 "이를 공론화하고 빠른 시일내에 (시장의) 룰을 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TV·mVOIP(모바일-인터넷전화) 등 다양한 접점에서 전개되고 있는 콘텐츠·서비스 사업자와 통신업계의 갈등 역시 이같은 룰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 사장은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따라 네트워크 투자비가 늘었다고 이용자 요금을 올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남의 자원 이용해) 이익을 보면서 그 이익에 따른 대가는 지불해야 하는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룰을 빨리 만들어 이혜관계자들이 부담을 공유하고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1층에 셔터가 내려진 채 장사를 접은 매장이 있다. 하루 40만명이 다녀가는 쇼핑몰 1층이라 자릿세만도 어마어마할 텐데 한 달이 다 돼가도록 방치된 이유는 뭘까. 당초 이 자리엔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이었다. 그러나 이달 초 두산그룹이 커피전문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자 아예 결정한 그날부터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직접 운영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매장 폐쇄로 발생하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하루 빨리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룹 경영진의 판단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수입차 사업도 가장 먼저 철수하는 용단을 내렸다. 혹자는 어차피 돈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쉬웠던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돈 때문이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수 시장 중심의 소비재 산업 대신 기계·중공업 산업으로 사업방향을 정해 선택과 집중의 길을 걸어왔기에 가능했다. 두산처럼 즉시 폐업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대기업들
20년 만에 돌아온 '선거의 해'를 맞아 복지 공방이 뜨겁다. 이는 비단 정치권 만의 일이 아니다. 재정부는 최근 복지태스크포스(TF)를 구성, 여야가 내세운 복지공약의 소요 예산을 추산했다. 정부가 직접 공약의 필요 예산 추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 재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추산의 근거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시한 공약들에 구체적 이행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맹이가 빠진 공약에 재정부는 첫번째 복지TF에서 개별공약의 소요 예산 추정을 사실상 포기했고 결국 소요예산 추산 자체가 이 정도쯤(5년간 최대 340조원) 되지 않을까라는 식이 됐다. 정치권 역시 이점을 들어 구체적 근거도 없이 감히 공약을 평가하려 했다는 말로 재정부의 시도 자체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공약 이행에 얼마만큼의 예산이 필요하고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를 궁리하는 것은 재정부의 소관이 아니다. 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도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지 분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