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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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나 토론회는 정부의 정책 수립이나 입법화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절차다. 핵심 사안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한자리에서 점검하는 여론수렴의 통로이자, 정책 취지와 내용을 알릴 수 있는 더 없는 홍보의 장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주최하는 공청회나 토론회가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 있는 공청회나 토론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달 중순 개최된 '사이버폭력 대책 토론회' 자리도 그런 자리였다. 이 토론회는 정통부가 4대 폭력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사이버 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키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다. 2시간 내내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정작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적 규제의 타당성이나 절차, 범위 등 핵심 이슈들에 대한 참석자들의 진지한 논지와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핵심 사안별로 자신의 논점을 준비했던 참석자들도 있었지만, 전혀 토론 준비가 안된 참석자들과 뒤섞여 허무한 공방만 이어지다보니 정작 미리 준비했던 의견조차
지난 25일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이 영면한 경기도 양수리 선영은 한국 자동차산업 대부의 묘자리로는 너무 검소했다. 평소 정 명예회장의 소탈한 성품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이날 선영을 찾은 지인들의 한결같은 해석이다. 승용차 한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은 폭의 시멘트 포장길을 500여미터쯤 올라간 야산 중턱의 선영은 멀리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게 유일한 사치였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조차 "이미 20여년전부터 선영을 결정했다고 알려져 어느정도 묘자리가 준비됐을 것으로 알았는데 막상 선영을 와보니 방치된 수준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32년간 자동차 외길 인생을 걸어온 포니정은 마치 유가족과 지인들에게 "한줌 흙으로 돌아갈 한뼘 땅만 있으면 됐지 더이상 뭐가 필요하냐"고 되묻는 듯 했다. 잔디조차 심어져 있지 않은 20평 남짓한 묘자리는 보통사람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 흔한 상석이나 묘비조차 없이 하관은 유족들과 지인들의 오열속에서 청교도적으로 치러졌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성급한 주식시장을 흥분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황 교수팀이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줄기세포 관련주들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줄기세포 관련 대표주로 꼽히는 산성피앤씨의 경우 지난 20일 장중 한때 13.67% 가까이 올랐지만 이후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날보다 7% 이상 하락 마감했다. 이 여파로 그날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1조8821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 1조6725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줄기세포 관련주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지난 2~3일간 강세를 보인 국내 바이오주들은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와 직접 관련이 없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이 `황우석 효과'에 성급하게 휘둘리면서 줄기세포 관련주에 열중하는 사이 외국인들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들을 쓸어담으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의 코스닥 우량주 사냥은 개인들이 지
"국가기관이 금융산업의 기반을 흐트려 버리는 것이다." 최근 국세청의 엔화스왑예금의 선물환 차익을 이자소득으로 간주, 과세키로 결정한데 대한 은행계 관계자의 말이다 과장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의 과정과 그 파장을 고려할 때 은행들의 단순한 호들갑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세원을 찾아내 과세하는 것은 국세청의 당연한 업무다. 따라서 과세의 타당성을 지적할 생각은 없다. 선물환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게 은행권의 한목소리지만 이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다만 국세청이 과세를 결정까지의 보여준 과정은 '금융산업의 기반을 흐트려 놓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은행권에서 엔화스왑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하반기부터이다. 하지만 과세결정이 내려진 것은 지난 17일. 2002년부터 판매한 상품에 대한 과세 결정이 약 3년이 지난 시점에 내려진 것이다. 게다가 2003년 은행이 국세청 인터넷 상담센터를 통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혁명을 실현한 과학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학교 석좌교수의 연구 성과는 생명공학을 넘어 세계 정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로 배아 줄기세포를 복제하는데 성공한 이번 성과는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준 동시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었다. 부시는 그동안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배아를 파괴하는 행위가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했고, 이는 종교 단체나 보수주의자들의 지지 기반을 다지는데 보탬이 됐다. 하지만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가 전해지자 공화당의 보수주의 의원들조차 줄기세포 연구 제한을 완화하는데 찬성하고 나섰고, 미국 학자들은 재정 및 법률적인 문제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에서 한국에 뒤지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놓고 있다. 당장 이번주 줄기세포 연구를 확대하는 법안의 채택 여부를 놓고 의회 심의가 예정된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시의 법안 거부를 정치적인 모
"엠바고 파기, 또 한국이야" 지난 19일 세계적인 과학 전문 저널 사이언스 모니터 요원들간의 웅성거림이었다. '바이오 분야의 산업혁명'로 일컬을만큼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낸 황우석 교수는 이 모니터 요원들의 웅성거림에 "얼굴이 몹시 화끈거렸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보도제한 시점을 명기한 "엠바고가 뭔대수야"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권위있는 학술지에 게재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인 과학자들 입장에서 보면, 국내언론의 섣부른 엠바고 파기는 그냥 웃고 지나칠 수만 없을 터였다. 사실, 황 교수 연구논문 발표기사에 대한 엠파고 파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래서 황 교수는 누차 엠바고를 지켜줄 것을 국내언론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때문에 엠바고를 파기한 해당언론들이 `실수'라는 변명이 더 옹색할 수밖에 없다. 사이언스측에서는 한국언론이 엠바고를 파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황 교수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라며 불만을 강력히 어필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아직 어떤 방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매각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원매자로 나선 업체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다. 지난해 12월 뉴브리지가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받은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비교적 분위기가 차분했다. 채권단 대표인 서울보증측은 '이제 겨우 종이 한장(인수 의향서)받았을 뿐' 이라는 표현으로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최대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논란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에서 두번째 원매자마저 해외 투기펀드라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생명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보험사이면서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권과는 무관하지만 17.6%라는 적잖은 지분이 외국펀드로 넘어갈 경우 뒷말이 무성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KKR측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KR이 채권단의 심사를 통과해 우선협상대상자
실패한 벤처기업인을 위한 '벤처 패자부활제'가 본격 가동됐다. '패자부활제'는 말그대로 벤처기업을 경영하다가 실패한 벤처 대표에게 다시 사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적 장치다. 벤처 속성상 실패확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이같은 벤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데서 오는 부작용을 좀 줄여보자는게 이 제도의 취지일 것이다. 패자부활제 신청대상은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후 1년이상 기업을 경영하다 실패한 기업 가운데 채무유예를 받은 대표들이다. 신청인은 개인 신용불량이 없어야 하고, 총 부채도 3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벤처기업협회는 나름대로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틀을 마련했고, 도덕성 시비의 소지가 없도록 별도의 도덕성 심사기구도 꾸릴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자부활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벤처협회는 객관성과 공정성, 도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평가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쟁력 격차 확대는 국내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부품 소재 산업이 자체적인 기술 혁신 능력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중소기업이 경제정책의 핵심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17일에는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16일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 앞다퉈 중소기업과의 상생 원칙을 발표했다. 이들이 제시한 내용은 협력사에 대한 부품 및 연구개발, 운영자금 지원방안 등 잘만 실천할 경우 서로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용한 방안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기업 실무자 급에서 이러한 실천 원칙들이 원활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경영진은 상생을 이야
“원금 손실은 없다는데 왜 자꾸 문제삼느냐?” KB자산운용의 ‘KB 웰리안 부동산투자신탁 제3호’가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펀드가 판매 한달만에 청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유수 금융회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하자가 발생해 환불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금융업계 초유의 일이다. 그런데도 KB자산운용은 “원금 손실이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지난 2월까지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 리서치헤드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하면서 한국기업의 투명성에 대해 강도 높게 주장, `투명성 신봉자`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사태를 맞아선 투명성을 중시하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어 어리둥절케 한다. 단지 “원금에 손실이 없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의 자회사가 고객들에게 850억원의 돈을 받아가며 부동산펀드를 판매했다가 땅을 구하지 못해 돈을 돌려줘야 하는 일이 벌어질 지경인데도 그 심각
중국음식점의 수준을 알아보는 첫번째 지표는 자장면 값이다. 싼맛에 한끼 떼우는 사람들을 위해선 2000원 이하의 자장면도 있고, 맛에 자신이 있는 고급식당이라면 6000원이 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법을 제정해 전국의 자장면값을 똑같이 메기고, 매년 자장면값을 정부가 고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되는 상상이다. 자동차 정비업체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정비수가가 이런 식이다. 정비수가는 정비업체의 종업원들이 자동차를 수리할 때 드는 시간당 공임을 말한다. 정비수가는 법에 따라 정부가 매년 가이드라인을 고시하도록 돼 있다. 정비업체의 기술이 좋던 나쁘던 모든 정비수가는 똑같다. 가이드라인이지만 법원 판결로 넘어가면 강제 규정과 다름없다.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니 정비업체들은 허위 매출을 일으키기 일쑤다.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타기 위해 2시간동안 고친 자동차에 대해서도 6시간이라고 장부를 기재해 보험금을 더 타낸다. 반대로 보험사들은 정비업체들의 허위 청구를 잡아내기 위해 보상직
블룸버그뉴스가 지난 11일 인민일보를 인용해 위안화 절상을 보도한 뒤 전세계 외환시장이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결국은 인민일보의 오역에 따른 오보로 밝혀졌다. 반관영매체인 차이나뉴스의 금융 담당 기자가 지난 7일 비번이었던 관계로 관광기사를 주로 쓰던 기자가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기사를 썼고, 이를 관영매체인 인민일보가 잘못 번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지난번 위안화 이상거래 때와 마찬가지로 인민일보를 통해 중국이 시장을 시험해 본 것이라는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시에는 관영 중국증권보가 위안화 절상설을 촉발시킨 진원지였던 점만 달랐다. 증국 증권보는 지난달 29일 1면 기사를 통해 외환당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마련했으며, 문제는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전하면서 위안화 절상폭이 10% 이내 수준이라고 전망했었다. 같은날 위안화는 20여분 동안 달러당 8.2760-8.2800위안의 통상적 거래범위를 벗어나 8.2700위안으로 움직였으며 시장 일각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