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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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삼성전자 부스. 6일(현지시간) 전시장이 개막하자 마자 소니 마쓰시타 등 경쟁업체 고위관계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9일(현지시간) 폐막 까지 연일 바이어와 관람객 들로 성시를 이뤘다. 관람객 가운데는 '취재(press)' ID 카드를 목에 건 일본인이 눈에 띄었다. ‘세계 최대의 TV(world largest TV)’라고 소개돼 있는 102인치 PDP TV 앞에서 "원더풀!”을 연발하면서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그는 "한국의 기술이 언제 이렇게 발전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최다 CES혁신상을 수상해 초반부터 마쓰시타 소니 필립스 등 쟁쟁한 선전기업들의 기선을 제압한 LG전자 부스도 관람 물결이 줄을 이었다. 관람객들은 ‘양산되는 제품 가운데 세계 최대(world largest product)’라고 쓰인 71인치 PDP TV와 55인치 LCD T
"뉴브리지캐피탈에 대해 한국 언론이 너무 부정적이다. 뉴브리지가 제일은행 대주주가 된 후 제일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일은행 매각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12월초 뉴브리지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뉴브리지를 투기자본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달여 지난 10일 뉴브리지가 드디어 제일은행 지분을 스탠다드차터드은행(SCB)에 매각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때부터 SCB와 HSBC를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가격을 더 높게 제시한 SCB에 지분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뉴브리지의 수익률은 무려 230%. 1조1510억원을 벌었다. 매각을 발표한 이날 오후.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경영한 지난 5년을 다시 한번 떠 올려봤다. 제일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떼돈을 번 뉴브리지가 과연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뉴브리지 관계자의 당부에도 불구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별로 없었다. BIS 비율이
연초부터 잘못된 인사 태풍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취임 57시간만에 사퇴한 데 이어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도 물러났다. 증권시장도 지난해 말 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 선정과정에서 빚어진 진통이 본부장 선임과정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지난주 통합거래소의 5개 본부장 내정설이 퍼지자 통합 대상 4개 증권 유관기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 등 통합 대상 4개 기관 노동조합은 성명서 등을 통해 유가증권과 선물시장 본부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해 '함량미달' '자격미달자' 등을 거론하며 격렬히 반대한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노동조합은 유가증권시장본부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모 인사에 대해 "최소한의 자격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선물거래소와 코스닥위원회 통합노동조합도 유력 후보 선임과 관련해 "통합작업 전면중단과 본부장 선임 무효화 투쟁을 벌이겠다"는 성명을 냈다. 사실상 정부와 증권업계에서 흘러나온 본부장 내정자나 유력 후
지난해 말 남아시아를 강타한 대형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한 세계 각국의 지원 열기가 뜨겁다. 호주가 전날 쓰나미 지원에 7억6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이 6억6800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지원 금액을 늘려 총 지원액이 4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 참사가 한세기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대형 재난이고 사망자가 15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명 피해가 워낙 큰데다 피해 국가도 많아 어찌보면 이처럼 사상 유례없는 구호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 강국들이 쓰나미 참사 구호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는 인도적 목적 이외에 다른 나라에 대한 눈치보기나 생색내기, 향후 위상 강화를 노린 주도권 경쟁 등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원금을 내놓기로 한 독일이나 5억달러를 쾌척하며 세계적 지원 경쟁에 불을 붙인 일본의 경우 유엔(UN) 안전보장
박홍수 신임 농림부 장관이 취임한 5일, 우리나라 양대 농민단체인 한농연과 전농에서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서가 나왔다. 불과 몇일 전 한강 다리를 가로막으며 정부의 농업 정책을 비판했던 농민 단체의 환영 성명을 보면 성난 농심을 달래는데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물러난 허상만 장관과 10년 먼저 물러난 허신행 장관은 허씨라는 점 말고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사람 모두 고향이 같고 두 장관을 경질한 임명권자도 같은 고향이다. 두 임명권자 모두 취임 초 대통령 임기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장수장관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 정치적 분위기 쇄신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외국산 쌀 수입 신호탄이 됐던 10년 전 4% 의무 수입을 결론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자 허신행 당시 농림부 장관은 쌀 개방은 온몸으로 막겠다던 대통령 공약 사항을 지키지 못한 죄로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허상만 장관도 의무 수입량을 4% 더 늘리고 나서 옷을
김대중 정부말기인 지난 2002년 2월 발렌타인 데이. 재정경제부 기자실이 북적거렸다. 대한민국이 10년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총망라된 '2011 비전과 과제'라는 보고서 때문이었다. 재경부 주도 아래 16개분야의 경제전문가 290여명과 정부 각 부처 공무원이 10개월에 걸쳐 공동으로 작성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기에 관심은 더 했다. 담긴 내용도 △고교 평준화 폐지 △재벌 규제 근원적 전환 △인구억제중심의 수도권 정책 포기 △경자유전 원칙 폐기 △영어 공용어화 적극 추진 등 매우 센세이션했다. 그러나 '비전 2011'은 그뒤 조용히 사라졌고 이제는 공무원들의 책상에서조차 발견하기 쉽지 않은 희귀한 '고전'이 됐다. YS때를 의식한 기자들이 '임기말 내놓는 장기 정책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지적했을 때 '이번만은 다르다'고 항변했던 이들이 정부 요직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때의 기억은 잊은 듯 하다. 3년이 지난 을유년 벽두. 노무현 대통령은 "
"공시만 하면 주가가 떨어지데요" 얼마 전 액면가 미달로 관리종목에 편입된 중견 SI(시스템통합) 업체 A사의 홍보부장이 의문 섞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회사 실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주가는 떨어지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주식이 관리 종목에 편입되면서 매매가 정지될 당시의 주가는 1825원이었다. 액면가의 40%(2000원)를 넘어서지 못한 날 수가 30일 연속된 것이다. A사 홍보부장은 자사 IR 활동이 시원찮았던 점이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SI와 소프트웨어 산업군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탓했다. A사는 지난 2001년과 2002년 대규모 적자를 봤다. 하지만 2003년에 흑자전환 했고 2004년에도 미약하나마 순익을 냈다. 매출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부채비율은 확연히 감소했다. 앞으로 A사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된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간 재무상황이 개선된 것에 비해 주식 시장은 너무 짜게 움직인다는 게 홍보부장의 불만이다. "팔려는 대기
1. 주식시장 폐장일인 30일 점심자리에서 만난 운용사의 임원에게 "올해 주식시장은 요즘 날씨만큼이나 추웠죠?"라고 말을 건넸다. 외국인들만 재미를 보고 국내 투자자들은 예외없이 힘든 한해를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초부터 이라크 전쟁, 유가 급등, 차이나쇼크, 연말 환율 급락에 이르기까지 대형 악재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러나 그 임원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아닙니다. 우리 (주식)시장 너무 좋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못올라 펀드수익률이 기대에 못미쳤을 뿐 한국전력은 신고가를 경신했고 대부분 우량주들이 제 값을 찾는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다시 물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올해 10.5% 올랐는데도 대다수 국내 투자자들의 체감주가가 요즘 날씨처럼 영하권인 것은 무엇때문인가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6조6000억원어치를 내다파는데만 급급했잖아요. 우량주를 꾸준히 샀으면 따뜻한 연말을 맞았을텐데요" 2. 봉급생활자 A씨. "매월 50만
정부가 29일 경제운용방향과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통하는 종합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종합투자계획은 수렁에 빠진 경제를 건저내고 일자리 창출에 획기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었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밝힌 계획에는 추후 추진 일정만 나와 있을 뿐 앙고에 해당하는 투자규모가 얼마인지가 나와있지 않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대목인 재원 조달계획도 두루뭉실하게 돼있다. 3개월 이상 논쟁에 휩싸이는 산고끝에 탄생한 정책이 고작 이정도인가 하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돼있다. 도표 없는 경제학 교과서요, 그림 없는 그림책이 된 셈이다. 숫자 제외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계획 추진을 위한 법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숫자부터 밝히면 신빙성도 없고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국민연금 동원에 대해 김근태 복지부 장관이 공개 반박했을 때 재경부 고위 관료가 "(연기금 논쟁은)실체없는 유령과의 전쟁같다"고 말한 것처럼 실체없는 유령같은 정책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종합투자계
지난 26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오전 9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해저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한 지진과 함께 초대형 해일(쓰나미)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남아시아 지역에서 3만 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되고, 수백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늘고 있다. 해일은 진앙에서 5700㎞ 떨어진 아프리카 소말리아까지 덮쳤다. 피해국만 무려 8개국에 달했다. 남아시아 대재앙은 지진보다는 해일에 따른 피해였다. 해일로 바닷물이 범람, 급류에 집과 차가 떠내려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익사했다. 몰디브는 수도의 3분의 2가 물에 잠겼다. 해안가 절경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의 인명 피해도 컸다. 타이 푸켓 등지를 찾은 한국인 2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은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지질학자들은 예보만 제대로 했어도 이같은 참혹한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며 인도양 지역 국가들이 해일 예보시스템 마련에 무관심해 화를 자초했다고 입을
"세계 시장에 나가 싸워야 하는 대표선수의 발목을 잡는 게 현 정부의 정책이다" '시장 개혁 3개년 로드맵'이 발표된 지난해말 나온 재계의 푸념이다. 그 푸념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를 기본틀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본 재계의 눈에 정부는 사기를 복돋우기는커녕 꺾는 집단으로 비쳐진다. 근저에는 과거와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스스로 변화했다는 자신감도 베여 있다. 그러나 구체성이 떨어진다. 합리성을 최고 선(善)으로 치는 경제에서 '나 달라졌으니 믿어달라'는 말을 받아들이라는 것부터가 일단 무리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총수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분석해 내놓은 '재벌 소유 구조'. 논리를 전개한 형태만 다를 뿐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으며 계열사가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결론은 그대로다. '달라졌다'는 재계와 '달라진 게 없다'는 정부 사이의 공방은 끊이질 않는다. 그 사이 정작 그들이 외치는
부동산 '개혁입법'이 좌표를 잃은채 표류하고 있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를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중개업자의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를 담은 ‘부동산 중개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묶인채 2개월 이상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용도 당초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법안은 부동산 투기를 막고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1년 이상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왔다. 하지만 막판 고비인 국회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진 주택경기가 발목을 끌어당기는 데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시행방식으로 인해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원이 얻는 막대한 불로소득의 일부를 환수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쓰겠다는 개발이익환수제의 입법취지에는 대다수 수요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를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