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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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가 찍힌 21일 헌법재판소 기자실. 윤영철 헌재 소장이 또박또박 결정문의 주문을 읽어가자 곳곳에서 탄식이 일었다. 당황도 잠시, '기각'에 초점을 맞춰 미리 기사를 일부 작성해 놨던 기자들은 전혀 다른 방향의 기사를 쓰기 위해 재빨리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과거 가처분 결정을 먼저 하지 않고 본안 선고를 할 경우 대부분 '기각'이나 '각하'였던 점, 이례적으로 100일만에 선고가 이뤄진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용 결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기다 8대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위헌판정이 나올줄이야.. 선고 직전 국정원과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정보라며 '8대1 위헌'결정이 소문으로 나돌았으나 선뜻 믿기는 힘들었다. '수도이전 반대'가 당론인 한나라당조차도 합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고 체념한 듯,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헌재 판결에 관계 없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혹시 인용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사람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이 문장을 속담사전에서 들춰보면 '세상의 평판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다는 말'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해마다 가을이면 여기에 꼭 들어맞는 '국정감사'라는 이벤트가 전개된다. 십여명의 높은 분들이 그 못지 않게 높은 분들을 모시고 윽박지른다. 화려한 공격용 수사와 언변, 두루뭉수리한 '위기모면용' 답변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설전이 벌어진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도 오후 6시까지는 이런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후 5시 전후인 신문들의 마감시간을 넘기면서 의원·보좌진·공정위 공무원 모두의 긴장도는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오후 6시쯤,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이 차분한 어투로 강철규 위원장에게 중소기업 대상 하도급 문제점에 대한 질의를 시작하면서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36페이지의 자료에 설문지가 첨부된 김 의원의 자료집은 스테이플로 찍어낸 다른 의원들의 것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두가지 문제점
"어떻게 일으킨 회사인데 사기꾼 한명 때문에 망가져서야 되겠습니까." 지난 15일 5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남광토건 이희헌 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이 사장이 검찰에 체포된 직후 기자가 남광토건 본사를 찾았을 때 직원들은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남광토건은 외환위기 당시 어려운 상황을 모두 극복하고 건설업계에서 가장 먼저 워크아웃에서 졸업, 견실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던 회사였다. 때문에 지난해 M&A 시장에 나왔을 때도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골든에셋플래닝이라는 생소한 업체가 남광토건을 인수했다. 대형 건설사가 새 주인이 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을 우려해 소규모 부동산개발회사를 인수 업체로 정한 것이다. 남광토건 직원들의 희망은 바로 물거품이 됐다. 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상당 규모의 구조조정이 실시됐고 외부 인물들이 영입됐다. 무엇보다 매입자금의 10%만 가지고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이 사장은 매입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빼돌렸다. 구
LG그룹의 `통신 3인방'이 마침내 손을 잡았다.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3사는 지난주 `네트워크 협력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3사가 보유한 유무선 네트워크의 시너지를 살리기 위해 공식적인 상시 협력채널을 개통한 것이다. 고만고만한 3사가 뭉치지 않고 따로 놀아서는 생존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공감대가 작용한 듯 하다. 그러나 `이번엔 과연 통할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LG의 통신 3사는 오래전부터 협력을 강조해 왔으나 결국 공허한 메아리였다. 이번에도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LG텔레콤과 데이콤 간 주도권 다툼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데이콤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며 "사실상 LG텔레콤이 연관된 부분은 많지 않고 데이콤이 효율적으로 파워콤의 망을 사용하기 위한 내용이 많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데이콤이 주도한 것이 내키지는 않지만 협력의 필요성과 겉으로 드러날 모양새 등을 위해 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4일 이달 월례회장단회의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이회장의 초청형식을 빌어 만찬간담회로 열였다. 여의도 전경련 회관이나 서울시내 호텔에서 회동하는 관례로 볼때 이례적이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뒷말이 있지만 삐딱한 눈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날 승지원 회동에는 전경련회장단과 원로자문단 뿐 아니라 재계 원로까지 대거 초청해 오랫만에 재계 결속을 다지는 자리였다. 이같은 형식의 총수 회동은 서로 격려하고 친목을 강화할 수 있는 자리이자 자연스럽게 우리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건설적인 해결방안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더욱이 가뜩이나 위상이 약화된 전경련의 입장을 강화해 재계의 결속력을 다지는 자리여서 이런 회동은 누가 주도하든 잦을 수록 좋다고 본다. 지금 우리 경제는 좀처럼 국면전환의 계기를 찾지 못한채 힘겹게 버텨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과 신용보증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10월 기업경기실사지
보험업계는 며칠전부터 12일 열리는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방카슈랑스 확대연기에 목숨을 건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헌재 부총리가 방카슈랑스와 관련, 어떤 답변을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예상대로 이날 여야 의원들은 방카슈랑스 폐해에 대해 집중 추궁하면서 2단계 확대도입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혜훈의원은 "방카슈랑스가 은행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꺾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일본의예를 들면서 2단계 시행을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이헌재 부총리는 2단계 시행시기를 늦추기 힘들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부총리의 입장이 아니라 발언이다. 이 부총리는 방카슈랑스 확대 논란에 대해 '은행과 보험사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한편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은행은 더 많은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보험사는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산 규모로 따지면 총 130
전세계에서 경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치적 이슈의 중요성을 넘어서고 있다. 칼 마르크스가 유물론에서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듯이 경제(하부구조)가 정치·문화(상부구조) 등을 압도하고 있는 것.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채 20여일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문제가 이라크 전쟁·북핵문제·테러 등 정치 문제들을 누르고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노동부는 9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9만6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달의 12만8000명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인 14만5000명에 크게 못미쳤다. 미국의 고용이 실망스런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정치 평론가들은 경제 문제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용은 소비 지출과도 직결되면서 향후 경제 향방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핵심 경제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고용 문제는 미국 대선 2차 TV토론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다뤄지며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었다. 호
새 국민은행장 후보에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내정된 것은 정부의 입김이 배제된 자율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정동수 국민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행추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고,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도 `관치'의 오해를 의식한듯 국민은행장 인선과 관련해 발언조차 꺼리는 조심성을 보였다. 이번 국민은행장 인사와 관련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할 필요도 없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윤증현 위원장이 공연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위와 금감원 임원들은 행추위의 강 내정자 발표 직전 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같이 "우리는 이번에 정말 모른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물어보지도 않았고 아예 신경을 끄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정태 행장 징계 등과 관련해 '신관치의 부활'이라고 비판한 외부의 시선에 금융감독 당국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금융감독 당국과 재경
올해 국정감사도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야간 지루한 정치 공방에다 자의적 해석만 난무할 뿐 정책을 제시하는 모습은 올해도 찾아볼 수 없어서다. 특히 건설교통위 감사장은 확대해석에 근거한 의혹 부풀리기식 질의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7일 열린 도로공사 국감에서 안택수(한나라당) 의원은 "전국 24개 고속도로 공사비가 계약변경을 통해 1조1000억원이나 늘어나 심각한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행 국가계약법에 물가변동분(증액금액의 80% 수준)은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토지공사 국감(6일)에서도 막무가내식 질의가 적지 않았다. 김동철(열린우리당) 의원은 "토공이 최근 5년새 공급한 4개 지구에서 수용하지 않고 존치한 땅이 11만5000평, 674억원어치에 해당하며 이 땅의 가치는 현재 1조원에 달해 존치지역 땅 소유자에게 9000억원의 개발이익을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났다. 올해도 국내 165개 시스템통합(SI)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전체 매출액은 25.1%나 감소하는데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수는 오히려 3.8%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 100억원이 넘는 기업의 비중이 26.1%임을 감안하면, 나머지 73.9%의 매출액을 100억원 미만의 업체가 아웅다웅 나눠 갖게 된다는 얘기다. 빈약한 국내 SW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가 어려운 줄은 안다. 하지만 극심한 양극화를 극복해보자고 짜낸 묘수(?)마저 갖가지 편법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문제다. 정부는 지난 3월2일부터 개정된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을 시행했다. 개정안은 프로젝트 발주 금액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출 2000억∼8000억원인 기업은 7억원 미만인 사업에 참여
효성 중공업 부문이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창원에 있는 5개 공장중 2, 5공장 두 곳을 직장폐쇄, 현재 조업 중단 상태다. 효성 사측은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9월말까지 300여억원의 생산손실을 빚었고 이달에도 120여억원의 생산손실을 감수한 강경한 조치다. 파업기간에는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노조의 임금 손실까지 더하면 노사 양측이 입는 손실은 더 크다. 효성의 창원 공장 노조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주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는 대신 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폐지하고 연차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중앙교섭안을 기준으로 사측과 협상중이다. 주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휴가 등 근로조건을 개정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해 달라는 주장이다.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LG정유 파업, 코오롱 파업과 맥을 같이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양 노조 모두 근로조건의 후퇴를 최소화 하는 협상안이다. 사측에서 보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최근엔 증권협회 엘리베이터에는 음악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사무실 앞 복도에는 담당부서별로 직원, 담당업무를 소개하는 팻말이 붙었다. 협회를 찾는 회원사 직원들을 위해서다. 전화예절도 상시 체크되고 있다. 몇달전 고객만족(CS) 헌장 선포 등 거창한 문구들이 협회 현관에 내걸릴 때만 해도 증권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저러다 말겠지' 하는 반응이 주류였다. 회원사들의 협회에 대한 시각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돈문제 때문이었다. 주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거래회비 면제'는 연말행사가 됐다. 협회는 연말에 선심 쓰듯 거래회비를 면제한다고 발표해왔다. 그해 쓸 지출예산을 모두 거둔 후 주머니 사정을 봐가며 면제행사를 해왔다. 그래서 회원사는 배고픈데 협회 배만 두둑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출예산의 50% 남짓을 거둔 상황에서 회비징수를 중단했다. 모자라는 부분은 긴축경영 등을 통해 충당키로 했다. 장기간 증시침체로 증권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