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앞뒤 안맞는 교과부 업무보고

[기자수첩]앞뒤 안맞는 교과부 업무보고

최중혁 기자
2008.12.30 09:21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학교와 연구현장에서 신규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겠습니다."

지난 2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보고 내용이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활성화'가 부처 공통과제인 만큼 교과부로서도 성의 표시는 필요했을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는 경제부처에서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주문까지 했으니 그 부담이야 오죽했으랴. 하지만 내용을 뜯어 보면 앞뒤가 안맞다.

이날 5만개 일자리 안에는 학교 청소용역 4300명도 포함됐다. 낙후교실 공사 인원 4000명도 '녹색학교 만들기'로 포장돼 녹색 일자리 8300개가 생긴다고 보고됐다. 이들은 학교 청소관리와 시설공사 인원으로 청년실업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교육행정 인턴, 유치원 보조인력, 산업체 인턴 등 나머지 일자리들도 대부분 기관 잡무를 처리하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다. 영어회화 전문강사(5000명)가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로 분류되지만 이들도 비정규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교과부는 교육 분야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시·도교육청 지방공무원 정원 10%를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철밥통' 군살을 빼겠다는 데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교육청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분권 정책에 따라 앞으로 시·도교육청은 기존 교과부 손발 노릇에서 벗어나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 '개조'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우수인력의 확충, 기존인력의 재교육 등은 필수다.

일이 늘어날 것은 뻔한데 사람은 줄이라고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마구 없애면서 1년 안에 사라질 '알바' 자리는 수 만개나 만든다. 앞뒤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다.

정부 정책이 앞뒤가 안맞다는 지적은 교육 부문에서도 연초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정부는 학교자율화, 대학자율화로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이에 수긍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교육공무원들마저 반신반의하는 정책들을 마구 내놓으면서 홍보나 설득작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정부 정책이 계속 이 장단으로 가다가는 현 정부를 '2MB 정부'라고 명명했던 이들이 선각자로 추앙받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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