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수산식품부는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된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 음식점 713곳을 적발했다. 당시 아예 원산지를 표시조차 하지 않은 음식점도 249곳이나 됐다.
하지만 농림부는 지난 4월 이들 업소의 이름을 '○○마트', '○○갈비' 등으로 지운 채 공개했다. 주소도 '서울 송파구', '서울 중구' 등으로 표시해 위반업소를 식별할 수 없게 했다. "개인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농림부가 밝힌 정보공개 거부 이유였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농림부를 질타했다.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 이후 국민들 사이에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데도 농림부는 이를 해소하기는커녕 업소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산으로 허위 표시한 업소의 명단과 주소를 공개하라"며 농림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소의 상호와 주소에는 운영자 개인을 알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아 공개되더라도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없다"며 "원산지를 허위 표시한 업소 운영자의 사생활보다 정보공개로 얻는 공익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너무나 상식적인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해당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는데도 쇠고기 수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이를 마다해온 게 도리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반업소들의 명단과 주소를 공개하면 국민들의 불안도 그만큼 덜 수 있고 업소들도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국민들이 알아야할 정보를 가리면 가릴수록 의혹은 쌓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쇠고기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한우를 기르는 우리 농가에도 부담이 될 것임은 뻔한 이치다.
물론 농림부는 판결을 코 앞에 앞둔 시점인 지난달 9일부터 원산지 표시 규정을 위반한 업소의 이름과 주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농림부는 이같은 '눈치 행정' 대신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선진 행정'을 보여줘야 한다. 농림부 입장대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