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연대 복지부 재감사 촉구 성명 발표..의사들 사퇴요구도 봇물
보건의료시민단체가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의 1억원 횡령의혹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재감사를 요구하고 나서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들 단체에는 의사단체도 포함돼 있어 의사사회 내부에서도 횡령의혹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연대'는 3일 저녁 성명서를 내고 회장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의협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재감사를 촉구했다.
건강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가장 기초적인 내부회계규정 조차 지키지 않은 의협에 대한 복지부의 정기감사가 부실 그 자체였음이 드러났다"며 "지금이라도 특별감사로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본지 4월 29일자 1면 참고
특히 건강연대는 "불법 비자금은 불법 정치자금 등 연쇄적인 불법을 양산해 집단 이기주의 사회풍토를 조장하는 온상"이라며 "계속 여론의 동향과 의협 눈치보기로 일관한다면 고발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의협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예결산서 등을 대상으로 정기감사를 벌였지만 경 회장이 연구비 1억원을 자신의 개인통장에 입금시켜 연구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하려다 돌려준 것 잡아내지 못했다. 사건이 불거진 4월에도 "내부문제"라며 다시 감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의협의 사단법인 인가를 내준 감독관청으로 협회가 승인해준 정관대로 운영되는지 3년마다 정기감사를 실시할 권한을 갖고 있다. 장관의 지시가 있으면 언제든 특별감사도 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명서를 낸 건강연대에 의사단체도 포함돼 있다는 것. 건강연대는 보건의료ㆍ시민사회ㆍ노동ㆍ농민단체가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2004년 설립한 연대체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행동하는 의사회' 등 의사단체를 포함해 총 30여개 단체가 포함돼 있다.
실제로 의사 커뮤니티 '닥플'이 지난 달 27일부터 29일까지 경 회장의 횡령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의사 517명 중 453명(88%)이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의협을 위해 일하다 벌어진 절차 상 실수다. 봉합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응답은 7%(3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30명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답했다.
2295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사총연합도 지난달 30일 "현 의협 집행부는 부도덕하고 방만하게 협회를 운영해 온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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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내부 게시판에도 경 회장 집행부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모 회원은 "경 회장은 의협 수장으로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도덕성에 치명적 결함을 보였다"며 "소송전으로 치닫기 전에 용퇴하는 것만이 의사사회를 위해 회장으로서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사단체가 경 회장 집행부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것은 물론 재감사를 촉구하고 나서며 재감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온 복지부의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됐다. 복지부는 "경 회장의 횡령 혐의를 의협 대의원회가 덮어준 상황에서 다시 감사를 벌일 필요가 있겠냐"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의협 측은 "회장 개인이 사적으로 전용하지 않고 반납했다는 점에서 문제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며 "복지부가 재감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해서도 아직은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