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조원 어디서? 박근혜 식 건강보험의 딜레마

13.5조원 어디서? 박근혜 식 건강보험의 딜레마

이지현 기자
2014.02.21 06:00

박근혜 정부, 각종 보장성 강화하려면 13.5조 추가 필요..국민 지갑으로 충당하나

13조5000억원.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4년간 보건의료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다.

특히 각종 보장성 강화와 동네의원을 달래기 위한 정부 방안이 속속 구체화되면서 이 재원을 대체 어떻게 마련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제도 개선으로 건강보험료(건보료) 인상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과적으로 국민 지갑에서 이 재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대 중증질환·3대 비급여'에 동네의원 수가 인상까지=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암·심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의 건강보험 보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실천하려면 2017년까지 13조5000억원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돈은 환자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고스란히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화상 등 다른 중증질환의 보험 혜택도 함께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5년마다 세우는 중기 계획에서 내놓은 임플란트 치료비처럼 가벼운(?) 질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2013년 스케일링과 부분 틀니 등을 보험 항목에 추가하며 늘어난 건강보험 부담만 1조1883억원이다.

최근에는 총 파업에 나설 수 있는 동네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수가(진료비) 현실화 방안을 약속해 이 재정도 어떻게 마련할 지 주목된다. 국내 동네의원 진찰료는 2012년 5조6311억원으로 10%만 올려줘도 5000억원이 더 있어야 한다.

◇재원 마련 방법 아리송…적립금이냐, 건보료 인상이냐=하지만 돈 쓸 곳은 많은데 건강보험 재정에서 이를 충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다. 결국 국민 지갑에서 나오는 건보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법이다.

추가부담액이 명확히 드러나는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만 고려해도 올해 투입분을 제외한 2015~2017년 3년간 12조원이 더 필요하다.

건보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5년 2조원, 2016년 4조원, 2017년 6조원을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2015년부터는 건보료를 매년 2조원씩 더 걷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건보료를 1% 올리면 4000억원의 재정이 추가 확보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건보료를 매년 5%씩 인상해야 12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직장지원분 포함)으로 매년 16만원씩 건보료를 더 내야 모을 수 있다.

정작 복지부는 건보료 인상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보유한 8조2000억원의 적립금을 활용하고 건강보험 제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충분히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며 "건보료 인상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득중심의 건보료 개편 방안도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쌓아놓은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

현경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01~2004년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해 이후 4년동안 은행에서 35조원의 대출을 받아 진료비를 지급한 적이 있다"며 "당시 이자만 1900억원에 달했는데 이 때문에 적립금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건보 재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적립금을 건드리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고 지원 등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승모 대한개원의협의회 정책이사는 "보장성 강화 항목 우선 순위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나 했느냐"고 반문하며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사회적 합의 없이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인 건보료를 흔드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보장성을 강화하려 한다면 그 재원 마련은 추가 국고 지원 등 건보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