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실종자 가족 지키는 희생자 가족들…해결되지 않는 '그리움'

"이 양반들 너무 잘 아니까. 와 있는 자체만으로, 그냥 누워서 잠만 자고 자리만 메워줘도 위로가 된다는 걸 아니까. 소외당한다는 느낌이라도 안 들게끔 하려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라고 그런 거지…"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아버지 A씨는 딸을 찾은 이후에도 진도 실내체육관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남은 실종자는 16명. 갈수록 비어가는 이곳을 채워주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최선의 방법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내 아이는 찾았지만…아픔 아니까"
사고 40일째, 체육관엔 실종자 10여 가족만이 남은 상황. 이들 곁을 지키는 희생자 가족들은 5~1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등을 이용해 비정기적으로 다녀가는 이들은 더 많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과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보급품으로 지급받은 점퍼와 슬리퍼 차림으로 체육관 밖에서 함께 담배를 피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고무매트에서 모포와 이불을 덮고 실종자 가족들과 섞여서 잔다. 특별한 임무나 역할은 없다. 옆에 있어주는 게 전부다.
아버지 B씨도 사고 열흘째쯤 딸아이를 찾고 장례까지 치렀지만 체육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자식 잃은 슬픔을 알기 때문. B씨는 "같은 유가족이어도 찾은 사람하고 못 찾은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여기 있는 사람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들에겐 생계도 뒷전이다. 10여일 전 천신만고 끝에 딸을 찾은 C씨는 실종자 아버지들과 같은 검은 재킷을 입은 채로 '빠삐용 삼총사'를 자처하며 체육관에 머물러 있다. C씨는 "못 찾은 딸이나 내 딸이나 똑같은 딸 아니냐"며 "회사가 문제야? 간다고 일이 손에 잡히냐"고 되물었다.
지난 15일 1차수색이 종료된 이후 재수색이 계속되고 있지만 수습 속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해경 해체가 발표된 이후 수색이 지연되거나 중단되지는 않을까, 실종자 가족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 이들에게는 의리 있는 희생자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점점 관심도 사라지는데 위에 계신 분들이 내려와 힘을 실어주면 작업속도도 빨라진다"며 "이분들이 억지로 밥도 먹이고 수다 떨고 어떻게 도와줄지 몰라 미안해하면서 자리라도 채워주는 게 상당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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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고 생각 안 해"…해결되지 않는 '그리움'
아이를 찾은 부모들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시신을 눈으로 확인했어도, 아직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죽었다고 생각 안 해. 집 나갔다고 생각하지, 여기 부모들은 다. 찾은 사람들도 죽었다고 생각은 안 해. 그래서 찾은 사람들이 사망신고서를 못 내는 거야. 처리를 못 한다고. 마지막 끈이니까. 그거 하면 진짜 죽은 거잖아. 그 끈도 내려놓기 힘든 거야."
애써 죽음을 부정해보지만, 이 그리움이 평생을 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이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우리가 힘든 건, 못 보니까 힘든 거야. 못 만져보고 얼굴 못 보니까.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는 이게 평생이라는 걸 알고 있잖아. 평생을 얼굴 못 보고 커가는 것도 못 보고. 그러니까 아픈 거야. 죽었다고 생각 안 해."
희생자 부모들에게 체육관은 자녀의 죽음을 일시적으로 '유예'해주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B씨는 "집에 가면 애들 옷에 체취가 그대로 배어있으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여기 있으면 아직도 내 아이가 없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일상생활에 돌아가면 빈자리가 더 크게 보일 것"이라며 걱정했다.
체육관에서도 잠은 쉬이 오지 않는다. 희생자·실종자 가족 할 것 없이 잠을 설치는 새벽, 체육관은 '뒤척임'으로 가득하다. B씨는 "딸 생각이 나 핸드폰 열어 사진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나보다 더 힘들 실종자 가족들에게 티를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실종자 학부모들은 반별 '밴드'(지인 기반 폐쇄형 모바일 SNS)를 개설해 아이들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의 생전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수집하기 위해서다. 예고 없이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다른 부모들이 올린 사진에서 자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보물처럼 저장하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해경 측에 요청해 아이들이 세월호에 오르는 개찰구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마지막 모습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희생자 가족들도 언제까지 생계를 미루고 진도에 머물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B씨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할 수 있는 한 같이 있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 모두 체육관의 빈자리가 더 커지기 전에 16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