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의 순애보…괜찮아, 사랑이야?

나무꾼의 순애보…괜찮아, 사랑이야?

낭만파괴법
2014.09.08 07:30

[딱TV]법으로 동화 뒤집어 보기…'선녀와 나무꾼'

[편집자주] 그녀들의 앙큼한 딱야동! - ‘야’매법조인과 ‘야’매금융전문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범죄를 파헤치는 낭만파괴법

선녀의 날개옷을 숨긴 뒤 아이 셋을 낳아주면 옷을 돌려주겠다고 프러포즈하는 나무꾼. 그렇게 선녀와 나무꾼은 가정을 꾸린다. 선녀는 방심한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받아 아이 둘을 데리고 겨우 천상으로 돌아간다. '사랑'해서 옷을 훔쳐간 나무꾼, 그는 선녀와 함께 살면서 어떤 범죄를 저질러 왔을까?

괜찮아,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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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 옷을 훔친 나무꾼. 그러나 이 상황이 현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수치심에 떨고 있는 알몸의 처녀에게 옷을 볼모 삼아 아이를 낳아달라는 황당하고 무서운 협박을 한 셈이다.

게다가 선녀의 '옷'은 평범한 옷이 아니다. 선녀에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데 나무꾼은 그 것을 빼앗고 도망칠 수 없는 신세가 된 선녀와 '결혼'을 빌미로 자신의 집에 구속해둔 것이다.

이는 ‘감금죄’(형법 제297조)에 해당한다. 나무꾼은 선녀를 자신의 집과 주변 및 지상 밖으로 나가는 수단을 빼앗음으로써 선녀의 신체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했다.

게다가 선녀를 이렇게 감금한 뒤에 선녀에게 아이를 출산하고 자신의 수발을 들게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나무꾼은 단순한 감금죄가 아니라 ‘중감금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중감금죄’(형법 제277조 제1항)란 감금해 가혹행위를 가한 상황에 해당하는 범죄다. 감금죄의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중감금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다.

그래도 선녀와 나무꾼은 배우자 관계이니 잠자리를 같이 하는 건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대법원 2013.5.16. 선고 2012도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안은 귀가가 늦는 아내에게 불만을 품어오던 남편이 말다툼 끝에 흉기로 아내를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남편은 징역 3년 6개월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10년의 처벌을 받았다.

선녀가 나무꾼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는 하나, 결혼을 승낙한 과정도 사실 어쩔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정상적인 부부생활이라고 보기조차 어렵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나무꾼에게는 강간죄가 성립돼 형법 제297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순애보'에서 '범죄 스릴러'로

나무꾼은 자신의 사랑을 순애보로 치장하고, 선녀와 함께했던 시간을 평생 아름답게 간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녀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 동화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선녀와 나무꾼’은 나무꾼의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범죄자의 마수에 걸려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 선녀가 긴 고통의 시간을 견딘 후 끝내 탈출에 성공하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PODCAST- 낭만파괴법】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9월 8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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