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늦게 올리고 물량 줄인 외산담배, '꼼수 마케팅' 의혹

가격 늦게 올리고 물량 줄인 외산담배, '꼼수 마케팅' 의혹

박소연 기자
2015.01.02 14:29

고객은 외산담배 찾아 헤매고 점주는 물량 못 구해 곤혹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A편의점 담배 진열대. 2500원짜리 담배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가격이 인상된 담배는 거의 판매되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박소연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A편의점 담배 진열대. 2500원짜리 담배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가격이 인상된 담배는 거의 판매되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박소연 기자

"던힐 있어요?"

"뭘로 드릴까요? 플러스요? 멘솔이요?"

"싼 걸로 아무거나 주세요. 두 갑은 안 되나요?"

"손님 죄송한데 한 갑 이상은 못 팝니다."

2일 오전 서울시내 한 편의점. 새해부터 담뱃값이 평균 2000원가량 인상된 가운데 BAT코리아의 '던힐'과 JTI코리아의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 등 일부 외산 담배의 가격인상이 일시 지연되면서 수요가 크게 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외산 담배의 공급이 새해 들어 편의점당 하루, 이틀에 1보루 정도로 극도로 제한되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 소매점 업주들은 외산 담배 회사의 '꼼수 마케팅'에 일선 직원들만 시달리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외산 담배 공급량 태부족… 업주들 "꼼수 마케팅"

이날 오전 강남 삼성동의 편의점 3곳 직원들은 새해 들어 담배 판매량이 종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하루 1~2명을 제외하곤 아직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외산 담배만 찾고 있는 실정이다.

A편의점 판매원은 "어제 밤 10시부터 24시간 동안 4000원대 담배는 딱 하나 팔았다"며 "던힐이나 메비우스만 찾는데 원래 최대 발주량이 500보루인데 작년 31일 150보루를 주문했더니 딱 한 보루 들어왔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그나마 말보로는 라이트밖에 주문이 안 된다"고 했다.

B편의점 점주는 "이게 오늘 던힐 재고"라며 담배 6갑이 진열된 서랍장을 열어보였다. 그는 "손님들은 가게에서 사재기를 한다고 오해하지만 우리도 가격인상이 안 된다는 공지를 작년 31일 오후 8시에 단체문자 받고 알았다"며 "손님들은 돌아다니며 사면 된다지만 우린 한군데서 물량을 공급받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업주들은 이들 외산담배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출고량으로 마케팅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BAT코리아는 2011년 경쟁사보다 먼저 200원 가격인상을 했다가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바 있다.

C편의점 업주는 "업주들 사이에서는 현재 던힐이랑 JTI 영업사원들이 한 보루씩 준다는 불만이 자자하다"며 "수요가 몰릴 게 뻔한데 공급은 안 해주면서 단 며칠간의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혼란을 만드는 건 전형적인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BAT코리아 측은 일부러 공급을 제한한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담뱃값을 인상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가격인상에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며칠 인상인 늦어진다고 크게 시장점유율이 달라질 기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2일 오전 현재 각 편의점은 외산담배 물량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1인당 한 갑씩 제한해 판매하며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2일 오전 현재 각 편의점은 외산담배 물량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1인당 한 갑씩 제한해 판매하며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오락가락 가격정책으로 영세 소매점·고객만 고통

소매점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언제 팔릴지 모를 값비싼 담배를 대량 주문하며 재고부담이 커진 상황. 담뱃값은 올랐지만 마진율은 기존의 10%에서 7~9%대로 줄었다. 한동안 담배를 사러 오는 고객이 줄면서 전체 매출이 받는 타격은 더욱 클 것이란 전망이다.

B편의점 직원은 "어차피 담배 1갑 팔아 남는 이익은 거의 없다"며 "담배 사러 왔다가 물도 사고 김밥도 사는 분들이 많은데 이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산 담배 물량을 최대한 많은 고객들에게 분산해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매점 점주들은 임시방편으로 외산 담배 판매량을 1인당 한 갑으로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원래 피우던 담배일 뿐 돈이 싸서 이걸 사는 게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일관적이지 않은 가격인상은 정부가 의도한 금연 효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C편의점 업주는 "현재 기존 브랜드와 상관없이 모두 외산 담배로 일시 이동하고 있다"며 "어제부터 담배가격이 동일하게 올라야 손님들도 금연을 하든 새 가격에 적응을 할 텐데 이렇게 되면 2주가량은 손님들도 이것 찾아 헤매러 다니고 소매점은 없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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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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