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 "1·2차 연결고리에 대한 법리 해석이 관건"

"금융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무리수를 두는 듯합니다. 연초 검찰인사를 앞두고 성과내기에 급급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의 서슬퍼런 수사기조에 대한 서울 여의도 증권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 같은 해 11월 내부 미공개 정보인 회계감사 정보를 넘겨받아 주식·선물매매에 활용한 혐의로 회계사 A씨, B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부당이득액이 다소 적은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적발된 회계사의 수만 32명에 이른다.
◇ 檢, 공시전 실적정보 주식매매에 활용한 회계사 32명 적발
검찰의 말마따나 기업회계의 감시자로서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담당하는 회계사가 사적 이익을 위해 공시 전 실적정보를 주식매매 등에 활용했다는 소식에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금융감독원은 1만명에 달하는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개인별 주식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키로 했고,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의무적으로 개인별 주식거래 내역을 회사에 신고하는 방안도 나왔다.
미공개 내부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가 해당정보를 사익에 활용한 것이 비난의 여지가 많다는 점은 이론이 없다. 하지만 법조계,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국민 감정에 기대 무리하게 기소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A, B씨는 3개 회계법인에 속한 30명의 회계사들로부터 실적정보를 전달받아 실적이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웃돌면 매수하고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실적이 확인되면 선물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

문제는 2차정보 수령자 처벌조항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이 지난해 7월부터라는 점이다. A, B씨가 미공개정보를 취득하고 활용한 기간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다. 그 전까지는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취득한 1차정보 수령자만 처벌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2014년 12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아무리 많은 단계를 거쳐 정보를 수령한 이라고 하더라도 미공개정보를 매매에 활용했다면 과징금 부과 등의 규제가 적용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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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검찰은 2차 이하 단계에서 내부정보를 수령한 이를 기소하기 위해 공범이론을 적용, 2차수령자가 사실상 1차수령자 지위에 있다는 논리를 펴곤 했다"며 "하지만 죄형법정주의, 소급적용의 금지원칙 등에 의해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매우 제한적으로 인용해왔다"고 말했다.
◇ "기존 판례는 2차수령자 유죄, 제한적으로만 인정"
2002년 1월 대법원이 판결한 사안에서도 중앙 일간지 기자인 형과 공모해 상장사 내부정보를 취득, 매매에 활용한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2차수령자가 1차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이용한 행위가 일반적인 형법총칙상 공모, 교사, 방조에 해당한다더라도 2차수령자를 1차수령자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비록 2009년 12월에는 대법원이 2차정보 수령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 내부정보를 1차수령자로부터 전달받아 막바로 매매에 활용해 피고인이 사실상 1차정보 수령자와 같다고 볼 수 있다는 점 △1차 수령자와 주식을 공동으로 매수할 때 매수대금 대부분을 피고인이 제공했다는 점 등 예외적인 상황이 있었다.
한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사 역시 "이번 A, B씨의 경우는 공모의 질적 차원에서 1차 수령자들과 공범으로 묶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남부지검 측은 이번 기소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대법원이 2차수령자에 대해 항상 사용하는 문구는 1차수령자와 '다른 기회'를 통해 정보를 받은 자"라며 "검찰은 피고인들이 사전에 정보를 서로 넘겨받거나 공유하기로 공모를 했다고 판단해서 모두를 1차수령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사전에 서로가 어디 회계법인 어느 팀에서 감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미리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뒤 '한 몸'이 돼서 정보를 받았기 때문에 전체를 '1차수령자'로 봐야 한다"며 "형식적으로만 거쳐서 받았다는 이유로 2차 정보수령자라고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은 법리 판단으로 다투는 셈인데 피고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든 아니든 의미있는 판례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