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알맹이 빠진 해명"-보수 "사과 받아들여야"…시민들 "또어떤 엽기적 일이"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사전 유출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데 대해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대통령 흠집 내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검토하는 등 국정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에 전 사회적 이목이 쏠린 가운데 대통령 사과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우선 진보성향 단체들은 박 대통령의 해명에 진정성이 부족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장은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비선실세 존재를 인정한 것"이라며 "국정논단·국기문란이기 때문에 간단한 사과만으로 끝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개인에게 중요한 자료를 주고 국가를 운영했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과정과 경로, 관련자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설문뿐만 아니라 국무회의자료나 인사 등 청와대 문건의 사적이용 가능성도 있는 만큼 독립적인 특별검사(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참여연대는 "알맹이 빠진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인사와 예산 배정, 정부 사업 결정 등 최순실씨 관련 의혹과 자료 유출 경위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보좌체계가 꾸려지기 전 도움을 받은 것으로 해명했지만 2014년에도 연설문을 보냈다"며 "거짓 설명"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알맹이 빠진 해명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생각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수성향 단체는 "대통령 흠집 내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교수)는 "의혹만 가지고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며 "'카더라'식 불확실성을 키우지 말고 정치가 안정된 사회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는 "잘한 것"이라며 "조금 더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가 엄중한 위기상황 인만큼 필요하다면 수사하면 될 일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지 말자는 얘기다.
독자들의 PICK!
이희범 애국단체총협의회 사무총장은 "대통령을 이렇게밖에 보좌할 수 없었는지 상당한 문제"라며 보좌진을 비판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분들이 정치적 화살만 쏘고 있다"며 "정치 싸움을 그만하고 있는 그대로 사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반응도 엇갈렸다. 대국민 사과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이해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서울 강남에서 만난 회사원 강모씨(31)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 있을 법한 비현실적 장면같다"고 대국민사과를 본 소감을 밝혔다. 강씨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생각도 든다"며 "남은 임기 동안 또 어떤 엽기적인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모씨(26·여)는 "(의혹 제기를) 계속 무시하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나오니 떠밀려 사과한 모양새"라며 "국민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정모씨(73)는 "순수한 마음으로 (연설문을 사전논의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흠집 내기 공격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최순실씨가 현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담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포함해 연설문 44건을 사전에 봤다는 언론 보도를 사실상 인정하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대선 때 연설이나 홍보 등 분야에서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줬다"며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물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