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배달의 시대, 쓰레기의 습격②

배달 급증으로 포장 쓰레기 등이 급증하면서 1차 수거업체는 물론 이들로부터 폐기물을 넘겨받는 중간선별업체들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 곳이 꽉 차면 동네의 1차 수거업체가 쓰레기 보낼 곳이 없어진다. 폐기물들은 주택가에 쌓일 수 밖에 없다. 조만간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11일 방문한 수도권 소재 한 재활용품 중간선별업체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과 플라스틱 블록 수십 개가 입구 앞까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 곳은 전체 공간 3300제곱미터(㎡·1000평) 중 저장 공간이 70%(700평)인 시설이다. 관리자 A씨는 "도저히 추가 보관이 불가능해 다음주에는 영업을 쉴 계획"이라고 이날 말했다.
약 4미터(m) 높이로 쌓인 블록 더미 뒤로는 아직 분류되지 않은 패트병·일회용기 등 플라스틱 재활용품이 같은 높이로 언덕을 이뤘다. 주변 생활권과 서울에서 온 폐기물들이다.
미분류품 언덕 맞은편으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들이 비슷한 규모로 쌓여 있었다.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비닐이나 식사용기 등 일회용품이 여럿 보였다. 음식물이 묻은 폐기물은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다.

A씨는 "코로나19 유행 후 '배달'등 비대면 생활이 늘면서 시설로 오는 일회용품이 평소보다 1.5~2배 정도 증가했다"며 "과거 비닐이 7~8톤(t) 들어왔다면 지금은 10~12t 정도 오고 25t 정도 들어오던 플라스틱은 45t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직접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과 아닌 것을 나누는 실내 작업실만 분주했다. 선별된 물건들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나와 저장공간 한편에 계속 쌓였다. 이를 밖으로 실어나르는 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시설 상황도 마찬가지다. 서울 한 자치구의 중간선별업체 직원 B씨도 "코로나19 이후 재활용품이 크게 늘었다"며 "이전에는 70t 정도 보관했는데 요새는 100t 정도로 늘었다"고 했다.
물량이 늘어도 팔리기만 한다면 괜찮다. A씨는 "예전 같으면 지금처럼 쌓이지도 않고 팔렸는데 유가하락 등 영향에 물건이 계속 쌓이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물량이 많이 늘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판로가 사라진 게 문제"라며 "중국에서 2017년 폐플라스틱 등 수입을 중단해 판로가 막힌 데다가 기업 입장에서는 유가가 계속 하락해 저렴해진 새 석유로 제품을 만드는 게 이득이라서 폐플라스틱을 좀체 사지 않는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B씨도 "수출과 유가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경제 타격으로 기업들도 힘드니까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를 줄인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업체 수익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며 "보통 한 달에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400t 정도 중간 가공업체에 팔아 2억원 정도를 벌었는데 최근에는 1억2000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이 50명인데 인건비만 9000만~1억원 정도 나간다"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도 수거량 중 30%에 해당하는데 버릴 때 톤당 17만~18만 원 정도를 내야 해 결과적으로 업체는 매달 3000만~4000만원 정도 적자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쓰레기를 처리할수록 적자인 상황은 결국 폐기물 방치돼 쌓이는 '쓰레기 대란'으로 번진다. 실제로 청주에서는 일부 중간선별업체들이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9월부터 수거 거부를 예고했다가 청주시 중재로 거부를 철회했다.
A씨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재활용품이 쌓여간다면 업계 자체가 앞으로 몇주 버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 위탁·민간을 합해 중간선별업체가 120개 정도 있다"며 "업계에서는 '운영비도 충당 못하는데 물량만 쌓여 더 이상은 수거를 못하겠다'는 소리가 빗발친다"고 했다.
아울러 "중간선별업체가 포화되면 결국 동네에서 1차로 수거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쓰레기를 보낼 곳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대로 추석 연휴를 맞으면 주택가가 쓰레기장이 되는 난리가 날텐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매입처리, 수거·중간선별 업체 대상 보상 강화 등 대책 마련이 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