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있어도 버스 못 타면 밖에 어떻게 나가나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안인순씨(67)는 어르신 무임 교통카드(시니어패스)를 잊는 날이면 지갑을 꺼내 현금을 사용한다. 안씨의 손자가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사 줬으나 안씨는 아직도 충전할 때마다 손자의 도움을 받는다. 안씨는 "몇 번 설명을 들었는데도 교통카드 충전하는 법을 계속 잊어버린다"며 "휴대전화 교통카드는 사용이 더 어려워 막막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시가 시범기간을 거쳐 시내버스에서 현금 승차 전면 폐지를 검토하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자기기에 능숙한 젊은층과는 달리 모바일·PC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현금 사용이 사라지면 교통권 보장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버스회사는 현금이용률이 줄고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일부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현금승차 폐지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를 오가는 7000여대의 시내버스 중 2.4% 수준인 8개 노선 171대의 시내버스에서 현금 요금함이 사라진다. 교통카드가 없는 시민들을 위해 버스정류장에 모바일 교통카드를 즉시 발급받을 수 있는 QR코드도 설치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등 전자기기에 취약한 노년층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교통카드나 모바일 기기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다. 코로나19로 스마트 기기 교육 등이 대폭 감소한 현재 현금 요금함을 치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상당수의 고연령층은 전자기기 사용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필요한 앱을 설치할 수 없다'고 답한 고령층은 52%에 달했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보유한 70대 이상 고령층은 전체의 44.9%에 불과해 사실상 모바일 교통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계층이 과반수가 넘는 셈이다.
키오스크를 도입해 결제가 어려운 일부 매장은 이미 고연령층 사이에서는 '기피대상'이 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모씨(28)는 "어르신들이 오실 때면 거스름돈부터 먼저 준비한다"며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시는 어르신들이 하루에도 3~4명씩 계셔서 아예 '직원에게 문의하세요' 팻말을 써붙였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이동권의 '마지막 보루'였던 버스마저 현금이 사라지는 데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황모씨(73)는 "모바일 교통카드는 뭔지 잘 모른다"며 "버스에 돈 못 넣으면 뭘로 타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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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버스회사는 현금 사용량이 점차 줄어드는데다 위생과 효율성 문제로 현금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현금 이용자는 꾸준히 감소 추세다. 현금 이용 비율은 2010년 5.0%에서 2019년에는 1.0%로 줄어들었으며 지난해에는 0.8%를 기록했다.
지폐나 동전 등을 사용할 때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는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전파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지폐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경우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며 "지폐를 만진 뒤 손을 씻으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폐를 소독된 금고에 최대 2주간 보관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하루 종일 버스를 운행해도 현금이 5000원도 안 들어오는 노선이 많다"며 "운전사가 운행 중 현금 요금함을 조작하다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금 수령 금지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어르신들이 모바일 기기 사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시와 협의해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