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하를 도시정비 특별대책위원회 재건축 특보단장으로 임명합니다."
최근 직장인 A씨(40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고 눈을 의심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임명장에는 A씨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선거 도시정비 특별대책위원회 재건축 특보단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A씨는 해당 선거캠프에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임명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더 황당한 일은 이틀 뒤 벌어졌다. 이번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측으로부터 '조직특보' 임명장이 날아온 것. 서로 다른 선거 캠프가 같은 인물을 각자의 조직 특보로 임명한 셈이다.
A씨는 "정당이나 후보 측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활동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며 "본인 동의도 없이 선거조직 인사로 임명하는 것이 정상적인 선거운동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선거대책위원, 특보, 본부장 등의 직함이 담긴 임명장을 대량 발송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는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까지 임명장을 발송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불과 나흘 사이 두 건의 임명장을 받았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종교인과 언론인, 교사, 일반 시민 등에게 무더기로 발송돼 비판받았다.
정치권이 이처럼 모바일 임명장을 대량 발송하는 이유는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문자 선거운동 방식을 활용하면서 조직 규모를 과시하고 지지세를 확장하는 효과를 '저비용으로'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동의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임명장을 발송하는 관행이 반복되자 유권자를 선거 홍보수단으로만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당사자 동의 없이 임명장을 발송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무분별한 임명장 남발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