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옥상에 갇혔던 '만복이'…잔디를 밟았다

13년간 옥상에 갇혔던 '만복이'…잔디를 밟았다

남형도 기자
2026.07.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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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옥상견 '만땅이', 노견 돼서야 케어에 구조…'만복이'로 제주 생추어리서 여생

뜨거운 볕도, 차가운 비와 눈도, 그 무엇 하나도 피할 수 없던 만땅이의 삶. 그의 세상은 건물 옥상이 전부였다. 무려 13년간이나 그랬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뜨거운 볕도, 차가운 비와 눈도, 그 무엇 하나도 피할 수 없던 만땅이의 삶. 그의 세상은 건물 옥상이 전부였다. 무려 13년간이나 그랬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백구는 서울 한 주유소 옥상이 세상 전부였다. 거기서 밥 먹고 잠자고 그만큼만 돌아다녀야 했다.

이름은 ‘만땅이’. 기름을 가득 넣길 바란단 의미로 '만땅이'라 불렸다. 그 이름과 달리, 사랑도 행복도 그 무엇도 충족되는 삶은 아녔다.

건물 옥상은 만땅이가 살기에 많이 열악했다. 한여름 열기는 발바닥을 태울 듯했다. 몸을 피할 마땅한 그늘 하나 없었다. 겨울엔 칼바람이 온몸을 덮쳐 덜덜 떨어야 했다. 장마 때 비가 내리면 비를, 눈이 펑펑 오면 눈을 맞아야 했다.

친구는 하늘에 보이는 구름이 전부였다. 바라볼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만땅이는 구름을 따라 고갤 움직이며 하루를 보냈다. 아니 실은 견디는 것에 가까웠다.

옆 건물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세월이 흐르며 귓병과 피부병, 치매 증상까지 찾아오며 아파야 했던 만땅이./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세월이 흐르며 귓병과 피부병, 치매 증상까지 찾아오며 아파야 했던 만땅이./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그러는 사이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만땅이도 노견이 됐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에 가깝게 됐다.

건강도 악화됐다. 귀는 피고름으로 막혔고 피부는 진물이 흐르다 못해 벗겨졌다. 치매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기적은 누군가의 바라봄에서 시작됐다. 옆 건물에서 만땅이를 창문 너머 보던 이가 있었다. 안타깝게 또 가엽게 바라봤다. 그는 만땅이를 구하려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소유자가 있기에 구하기 쉽지 않았다.

만땅이를 도우려던 이는 결국 동물권단체 케어에 제보했다. 더 늦기 전에 구조해달라고 했다.

제보자가 알렸고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만땅이를 마침내 옥상에서 구조하게 됐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제보자가 알렸고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만땅이를 마침내 옥상에서 구조하게 됐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케어 활동가들이 만땅이에게 간 날도, 녀석은 옥상에서 비를 맞고 있었다. 귓병과 피부병이 심각한 상태라 바로 입원해야 했다.

활동가들이 처음 안아 주었을 때, 빗물을 닦아주고 엉킨 털 사이를 벌리고 상처를 확인할 때, 그때마다 만땅이는 계속 울었다. 들어주는 이가 있어 그간 참은 울음을 쏟는 것처럼.

'만복이'란 이름이 생겼고, 풀을 처음 밟았다
늘 있던 건물 옥상 콘크리트가 아닌, 푹신한 흙을 밟아보는 만땅이./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늘 있던 건물 옥상 콘크리트가 아닌, 푹신한 흙을 밟아보는 만땅이./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제보자와 케어 활동가들이 말했다.

"이제 옥상에서 내려가자, 그동안 고생 많았어. 늦어서 정말 미안해."

이름도 새로이 지어주었다. 만복이라고./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이름도 새로이 지어주었다. 만복이라고./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힘들었던 과거 기억이 지워지길 바라며 이름도 새로 지어주었다. 케어 활동가들은 만 가지 복(福)을 다 가졌으면 싶다며 '만복이'라 부르기로 했다. 13년간 채우지 못한 사랑을 채워주겠다고.

콘크리트가 아닌, 보드라운 흙과 풀을 처음 밟던 날. 만복이는 푹신한 느낌에 낯설어했다. 하지만 이내 냄새를 킁킁 맡으며 좋아하게 됐다.

제주에 있는 노견 '생추어리'로
만복이는 노견들이 지내는, 제주 케어 생추어리에서 남은 삶을 보내고 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만복이는 노견들이 지내는, 제주 케어 생추어리에서 남은 삶을 보내고 있다./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만복이는 퇴원 후 제주에 있는 케어의 '생추어리'로 내려갔다. 케어는 "입양 기회를 얻지 못한 나이 많은 아이들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는 곳, 치료 받고 햇볕을 쬐고 천천히 산책하고 사랑 받는 노견들의 요양처"라 소개했다.

만복이는 작은 뜰이 있는 집에서,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처음 생긴 친구인 '히피'와 '탄이'도 너무 좋아한단다. 귀는 꾸준히 관리해야 하고 치매약도 먹어야 하지만, 살려는 의지가 있기에 잘 회복 중이라 했다.

케어 활동가가 이리 말했다.

"13년간 절대 고독 속에서 버티기만 하는 삶이었지요. 만복이의 남은 삶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사랑 받으며 살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평온을 찾은 만복이의 모습. 그리 대해도 좋은 동물은 없다고./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평온을 찾은 만복이의 모습. 그리 대해도 좋은 동물은 없다고./사진=동물권단체 케어(@care_korea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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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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