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형외과 개업의로 일하다 지방 국립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외과 전문의가 공공의료 현장에서 겪은 현실을 털어놨다.
지난 28일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썰전'에는 '무균 장갑 사달라니 환자 맨손으로 치료하라는 공공병원'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조안영 국립소록도병원 외과과장이 출연해 지난 5년간 한센병 환자를 진료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전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한센병(나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보호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 의료기관이다.
조 과장은 먼저 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 도입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처음 왔을 당시 환자가 450~500명 정도였는데 계속 엑스레이만 촬영하고 있었다"며 "엑스레이로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 있고 CT로 확인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CT는 3억~5억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고 좋은 장비는 7억원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병원은 10억원짜리 엑스레이 장비를 도입했다"고 했다.
조 과장은 "의사 입장에서 필요한 장비가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 필요한 장비를 구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CT가 들어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장비 도입 과정과 가격, 장비 선정 기준 등에 대한 병원 측 입장은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
조 과장은 진료 환경 개선 과정에서도 기존 관행과 행정 절차의 한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록도병원에서 환자 대기 공간과 치료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채 간호사가 한 공간에서 여러 환자의 상처를 소독하는 방식이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한센병 환자들은 발 등에 만성 상처와 궤양이 많아 지속적인 소독이 필요한 만큼, 환자별 치료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과장은 이런 감염 관리 방식 개선 역시 행정 절차와 기존 관행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외래 간호사가 물품 구매서를 작성하면 의료행정계에서 왜 필요한지 묻고, 설명하면 재정운영계에서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며 "계장이나 과장에게 또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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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무균 장갑 사용도 비슷한 사례로 들었다. 조 과장은 "상처를 소독할 때 무균 장갑을 착용하고 사용 후 폐기하는 것은 기본적인 감염 관리"라며 "왜 필요한지부터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상처 치료 매뉴얼을 만들고 의료진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설득 끝에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해 만성 상처 환자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외된 채 평생 소록도에서 지낸 환자들에게 말로만 양질의 의료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새로운 치료를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었다"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공공의료 확대 정책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의사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를 파트너나 전문가로 봐야 하는데 단순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도구처럼 바라보는 부분이 아쉽다"며 "순환 근무나 임기제 의사가 계속 바뀌면 의료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