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국가에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손실을 봤다면 해당 결손금을 다른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비례해 나눠 반영한 뒤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와 특별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LG화학과 현대건설이 각각 영등포세무서장과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외국납부세액공제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외국과 국내에서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다만 무한정 공제해줄 경우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깎일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번 소득에 대응하는 만큼만 공제해주도록 한도를 설정해뒀다.
앞서 미국과 중국 등에 사업장을 둔 LG화학은 공제한도를 계산하면서, 2018년 법인세 신고 당시 미국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한국과 중국 등 국가별 소득 비율에 따라 나눠 각 국가 소득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 미국·영국·일본 등에 사업장을 둔 현대건설 역시 2015~2017년 공제한도를 산정하면서 특정 국가 결손금을 나누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했다.
두 기업은 이후 특정 국가의 결손금을 다른 국가의 국외원천소득에서 차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관할 세무서에 법인세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청구를 냈다. 하지만 세무당국이 당초 계산 방식이 타당하다며 이를 거부하자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2개 이상 국가에 국외 사업장을 둔 법인이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를 계산할 때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다른 국가의 국외원천소득에서 소득비율로 안분해 차감해야 하는지, 아니면 해당 결손금을 다른 국가 소득 계산에 전혀 반영하지 않아야 하는지였다.
하급심은 두 사건 모두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특정 국가의 결손금을 다른 국가 소득에 반영하지 않으면 국외원천소득이 전체 과세표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LG화학을 심리했던 행정법원은 "결손 발생국이 있으면 분모(과세표준)뿐 아니라 분자(국외원천소득)에도 결손금이 반영돼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대법원도 세무당국의 방식이 타당하다고 보고 두 사건 각각 상고 기각했다. 여러 나라에 사업장을 둔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손실을 봤다면, 그 손실은 흑자를 낸 다른 나라들에서의 소득에도 비례해서 나눠 차감하는 방법으로 외국납부세액공제 한도를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