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는 오랫동안 정치와 외교를 넘어 국가 이미지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로 활용돼 왔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스포츠를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국제축구 대회와 각종 프로 스포츠 투자까지, 스포츠는 중동 국가들의 새로운 국격 경쟁의 무대였다.
그 중심에는 카타르가 있다. 카타르는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작은 국가가 스포츠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사례였다. 사막 국가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국제 스포츠 허브이자 글로벌 외교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카타르는 자연스럽게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강한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과 중동 지역 불안은 국제사회에 "중동은 여전히 불안정한 지역"이라는 인식을 다시 심어주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안전'과 '안정성'인데, 현재의 중동 상황은 국제 스포츠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타르와 함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의 강력한 후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2034 FIFA 월드컵 개최를 확정지었고 같은 해 하계 아시안게임까지 치른다. 게다가 사우디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세계 스포츠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고, 특히 LIV 골프 리그를 통해 기존 글로벌 골프 질서를 뒤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중동 안보 위기속에 사우디는 내년부터 LIV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등 일부 투자 속도 조절과 사업 재검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네옴(NEOM)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했던 2029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도 포기해 개최지가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바뀌었다. 이처럼 한때 "무제한 투자"처럼 보였던 사우디 스포츠 전략 역시 국제 정세와 경제적 부담, 그리고 정치적 리스크 속에서 현실적인 조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중동 국가들의 추진력이 다소 약화된 가운데 국제 스포츠계의 시선은 다시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와 폭발적인 경제 성장, 거대한 스포츠 시장을 앞세워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 정부와 스포츠계는 구자라트주의 중심 도시인 아마다바드를 핵심 후보 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아마다바드는 최근 대규모 스포츠 인프라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크리켓 경기장인 나렌드라 모디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국제 스포츠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무엇보다 크리켓은 인도 스포츠 산업의 핵심이다. 인도 프리미어리그(IPL)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고, 방송권과 스폰서 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인도 크리켓의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주목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크리켓을 2028 LA 올림픽 추가 종목으로 승인했다. 실제로 IOC 내부에서도 "중국 이후 세계 스포츠의 미래 시장은 인도"라는 시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내부 정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서울과 전북(전주)을 둘러싼 국내 유치 논의가 명확히 정리되지 못하면서 국제 경쟁에서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전략 사업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체육계와 정치권의 일관된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포츠 외교는 결국 국가의 안정성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경쟁이다. 막대한 자본과 화려한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역시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번 중동 안보 위기 속에서 2036 올림픽 유치전은 앞으로 세계가 어느 지역을 가장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중심축으로 평가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국제정치와 스포츠 외교의 상징적 무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