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시평]집단적 위험기피 현상
이라크 전쟁가능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는 가운데 2003년 한국을 둘러싼 주변여건은 낙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부진이 우려되는 실물부문과는 대조적으로 금융부문의 경우 자금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금융기관으로 자금흐름이 집중되는 자금의 편재현상과 단기 부동화현상이 여전한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집단적 위험기피현상은 금융기능의 저하와 왜곡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결국 실물부문에 대한 효율적 자원배분을 저해하여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금융부문의 위험을 높이기 마련이다. 특히 가계부문에 대한 대출증가가 경제에 부담이 되기 쉬운 상황에서 현 금융부문의 난기류는 간과하기 어려운 현안이다.
사실상 시장의 활력을 찾기 힘든 금융부문의 이상 징후는 실물부문의 균형발전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금융부문의 문제를 금융부문에 대한 시장개입차원의 직접 대응 조치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정작 시장기능을 저해하고 근본차원의 대응을 지연시킨다. 결과적으로 위기이후 투자부진으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산업공동화와 양극화 문제야 말로 현 금융권 자금흐름의 이상 현상을 초래한 근본원인으로 부각된다.
분배문제만 하더라도 국가차원의 체제경쟁력이 세계화로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즉, 소득구조의 악화는 금융체제와 실물기반의 괴리가 방치된 상황에서 자금이동이 자유로워진 결과이다. 자금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것은 산업정책적 실패에 대한 반증이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금융시장이 보내는 신호들은 금융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 해답은 산업정책의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자체적으로 다변화된 산업구조형성에 시간이 걸린다면 주변시장을 활용함으로써 시장 불균형의 원인을 극복해 가야 한다. 즉, 주변여건의 열악함을 발전의 계기로 활용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북한문제만 해도 부담으로만 간주하지 말고 역내의 엄청난 외환보유고의 활용이 주로 달러표시자산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과 취약한 역내자본시장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로 동북아개발은행(EADB)의 설립을 통해 북한개발을 위한 재원마련차원에서 공동화폐표시로 장기채를 발행할 경우 우리는 역내 금융부문의 낙후성과 산업기반의 불균형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당장 북한의 인프라구축관련 수요는 우리경제가 탈산업화로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조정비용을 크게 줄여줄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첫째, 산업정책을 단지 설비투자를 늘리는 차원의 정책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이미 탈산업화(deindustrialization)와 서비스화로 인해 선진산업구조는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세계경제가 개방되고 다양한 수요가 창출되면서 수요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체제적 효율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로서는 기술자원의 핵심인 IT연관 응용분야에 기대를 걸 수 있다. 둘째, 산업정책을 우리경제의 울타리에서만 추진하려는 전략은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로부터 우리경제를 보호하는 차원의 노력보다는 이러한 변화의 조류를 역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시급한 때이다. 역내협력도 따지고 보면 보다 큰 시장의 잇점을 활용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큰 시장을 상대로 발전한 산업기반만이 세계화에도 생존할 수 있는 기초여건을 구비할 수 있다.
셋째, 국가차원의 경쟁력 유지는 인적투자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특히 인접국가의 엄청난 인적자원을 감안할 때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adjustment)을 줄이는 차원에서의 직업재훈련이나 공공직업알선은 대폭강화되어야 한다. 결국 미래 산업정책의 핵심은 경쟁력있는 인적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