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젊은 기업, 젊은 경제

[기고]젊은 기업, 젊은 경제

이성규
2003.02.28 12:28

점심[기고]젊은 기업, 젊은 경제

[편집자주] -국민은행 부행장

 

1910년대 미국내 100대 규모에 들었던 기업들 중에서 80년대 들어와 재조사하니 10개중 6개가 사라졌다는 통계가 있다. 여전히 100대 순위안에 머무른 기업은 10개중 2개에 불과했다. 재미난 현상은 과거 60년에 이르던 기업의 평균수명이 90년대 들어서는 불과 10년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예상컨대 이러한 속도라면 앞으로 업계에서 5년 이상 선두를 유지하기란 극히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환경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이다. 모든 시장정보가 광속으로 흐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상품은 곧 진부해져 버린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성행하는 마당에 거리와 시간적 제약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남몰래 내부정보로 차별적 이익을 누리거나 시장지위를 지탱하기는 어려워졌다.

 

결국 특별한 방법은 없다. 기업의 운용체제를 시장변화에 맞게 수시로 바꾸는 수밖에. 문제는 이러한 초고속 변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는 긴 시간이 걸려야만 변화가 가능한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도 초보적인 원칙을 제시한다면, 일단 고정비 성격의

 

요소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 어떠한 비용도 구체적인 수익실적 없이는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업무단위도 모두 프로젝트 형태로 바꿔버린다. 프로젝트가 없으면 사람이 모일 필요가 없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내부조직은 모든 구성원이 별도의 통제나 지시가 없더라도 방향성 있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상의 것들에는 예측가능한 작동시스템이 필요하다. 반면에 일탈과 혁신이 일어나는 시장에 대해서는 경쟁사나 고객의 미세변화도 자동감지가 되도록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기반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핵심적인 일 하나 더. 위기를 앞서 감지하고, 시장이 보여주는 제반 현상밑에 깔려있는 선 굵은 변화의 줄기를 읽어내는 인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CEO를 찾아야 한다. CEO의 미션은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게임의 법칙을 기업에 유리하게 바꿔나가는 일이다. 아니면 패러다임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것을 소위 '비전'이라고 한다.

 

기업의 성패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붐이 버블처럼 꺼지는 현상이 목격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치 못한 기업이 절대 안심할 일이 아니다. 이미 시장의 고객들은 점점 더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무게없는 네트워크 환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은 언어와도 같다. 고객과 같은 언어를 쓰지 못하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 유기체로서 기업이 사람과 다르다면, 시간에 관계없이 다시금 생체조직이 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한층 젊어져야 한다. 두뇌부터 혁신이 필요하다. 경영진은 40대가 넘지 않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육체적 기준이 아니라 정신연령을 말한다.

 

톱 경영진은 수행자 없이도 수많은 전술항목들을 기억하는 정신적 에너지와 긴장상태의 유지가 가능해야 하고, 창조적 파격의 모험을 유발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스스로의 관록을 가져다주던, 그리고 온갖 인연이 유리하게 작동하던 예전의 연속적 환경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있지 않은가.

 

국가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사고기반이 젊어져야 하고, 젊어지려면 젊은 기업들로 가득 차야 한다. 적어도 우리가 1인당 2만불 소득수준을 향해 가려면 더욱 그렇다. 1만불과 2만불 수준은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이 다르다.

 

정부는 기업이 젊게 변하도록 경영환경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노동, 조세, 인프라 측면에서 이것이 새 정부가 애써야 할 일이다. 새 정부는 지금 무슨 그림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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