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유가시대의 경제정책

[기고]고유가시대의 경제정책

[기고]고유가시대의 경제정책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함께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베네주엘라가 파업 사태의 후유증 때문에 제대로 원유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의 원유공급마저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국제원유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원유시장의 수급 추이를 보면 작년 3/4분기 이후 공급부족 상태에 있고 작년 말 이후 공급부족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루 300만 배럴 정도 생산해 온 베네주엘라의 지난 1월 생산량은 하루 62만 배럴에 그쳤다. 베네주엘라의 원유생산이 정상을 회복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만약 미국이 3월 중에 이라크를 공격하여 이라크의 원유생산량인 하루 247만 배럴(지난 1월 생산량 기준)이 사라지게 되면 국제원유시장은 극심한 공급부족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함께 이라크 유전지대가 파괴되고 장기전에 빠지면서 주변지역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면 국제유가파동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과 이라크의 군사력 격차를 생각하면 이라크전은 3개월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3개월 정도 전쟁이 계속되고 이라크 유전이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전쟁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국제유가의 향방과 그것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낙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국제유가는 WTI(서부 텍서스산 중질유) 기준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할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의 원유수출 정상화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라크전 후에도 국제유가는 당분간 30~35달러의 고유가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유가 상승세로 인해 이미 세계경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경기는 전반적으로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금리인하에 힘입은 소비지출에 뒷받침되고 있으나 최근의 유가 상승세와 함께 소비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전쟁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보류해 왔던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이라크전 이후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도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소비 위축과 유가의 지속적인 강세로 인한 기업의 생산비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세계경기 부진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이에따라 고유가시대에 대비한 다면적인 경제정책이 요구된다. 만약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개시될 경우에는 비축석유를 활용하면서 석유시장의 안정에 주력하는 한편 불요불급한 석유소비를 억제하는 정책까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에는 국내유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불안심리를 조장하지 않는 형태로 석유소비의 절약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와 국제수지의 불안도 우려되기 때문에 당장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소비자 심리의 안정에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계부채 및 대출억제 정책의 지속 여부와 강도를 재고할 필요도 있을 것이며, 상황 변화에 따라 기동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도록 가능한 대응책을 미리 검토해 둘 필요가 있다.

 

기업으로서는 이라크 전쟁 이후 세계경제 환경이 안정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유가, 세계경기, 환율, 원자재 가격, 국제금리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면서 당분간 각종 위험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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