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애프터서비스

[기고] 애프터서비스

연원영
2003.03.07 12:16

[기고] 애프터서비스

[편집자주] 자산관리공사 사장

누구나 느끼고 있겠지만 기업경영에 있어서 애프터서비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고객의 주문부터 시작하여 배송과 상품수령후 실제 사용시 발생하는고객의 불만을 신속하게 접수하고 납득이 가도록 충분하게 처리해주는 애프터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결국 기업의 신뢰가 실추돼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애프터서비스의 개념은 비단 상품, 서비스의 판매분야에 있어서만 적용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일상사 전부가 애프터서비스의 적용대상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최근 일어난 대구지하철 참사만 보아도 그렇다.

전동차를 제작하는 회사가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전동차를 제작하였다면, 운영자측이 자동문의 비상개폐장치와 소화기의 사용법,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포스터나 홍보만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홍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기관사와 역무원 등의 비상재해대비훈련을 수시로 실시하여 익숙하도록 하였더라면, 재해에 대비하는 많은 시설들이 비상시에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점에 대한 평소의 점검과 준비가 좀 더 심도있게 이루어졌었더라면 피해를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수많은 희생자들을 생각할 때에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홍보, 점검, 훈련 등은 모두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이고 제도와 시설을 관리하는 운영인력에 대한, 그리고 마련해 놓은 비상재해대비시스템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에 다름아니다.

 

정부가 만드는 각종 제도와 법, 행정작용 등과 관련하여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적인 일이 되었지만 과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서민의 주거생활을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를 막는다는 아주 훌륭한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년동안 그 내용을 몰라 경매에서 소액임차보증금의 우선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였다. 간단하게 임대차계약서상 확정일자를 받는 절차 하나를 밟지 못함으로 인해 그렇게 많은 임차인들이 고초를 겪었던 것은 애프터서비스 부족으로 인해 무주택영세서민보호를 위해 만든 훌륭한 제도와 법의 취지가 본의아니게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한 예가 될 수 있다.

 

결국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 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법과 제도를 실제로 용이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계몽하고 숙달시키는 것까지가 필요한 일이며 이것이 바로 고객인 국민에 대한 애프터서비스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요즈음 한창 문제시되고 있는 신용카드의 남발 및 남용문제를 들 수 있다. 신용카드제도 도입 당초부터 카드회사들이 회원확보와 실적증대에만 영업력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신용카드를 올바르고 건전하게 사용하여 규모있는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과 남용으로 인한 폐해, 부작용 등을 애프터서비스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계몽하였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 심각한 부작용은 초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일선공무원과 국민들을,기업은 직원들과 소비자를,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들을, 상급자는 동료와 하급자를, 부모는 배우자와 자식을 모두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한번 바라보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역지사지의 심경으로 애프터서비스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값비싼 신문광고나 TV광고를 통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고 고객의 구매의욕을 북돋아 단기적으로 매출액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고객의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하여 조용한 가운데 성실하게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번 지하철참사를 계기로 새삼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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