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려면

[시평]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려면

송의영
2003.03.13 12:36

[시평]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려면

[편집자주] -서강대학교 교수-

세계에는 200여 개의 국가가 있다. 그러나 이 중 미국이 혼자서 세계 생산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고, EU와 한-중-일 경제가 각각 이와 맞먹는 규모의 생산을 하고 있다. 중국의 놀라운 성장속도를 감안하면 이 3개의 경제권 중 한-중-일 삼국이 다른 경제권을 능가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 2, 3위의 경제대국 사이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정확히는 몰라도 뭔가 커다란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묘하게도 한국은 기술수준에 있어서도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최선진국인 일본 사이에 끼여있다.

필자는 한국의 활로는 결국 중국에 넘겨야 할 산업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에는 터프하게 진입하면서 이 기술의 협곡을 뚫고 나가는 길 밖에는 없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만일 이 일에 성공한다면 두 거대 시장이 우리 이웃이라는 사실은 아주 커다란 행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일은 단지 한국의 활로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경제의 합리적 분업체계를 형성하는 아시아 공영의 길이기도 하다. 한국이 진정한 의미에서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려면 바로 이러한 한-중-일 삼국의 분업체계 형성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한·중·일 분업체계 주도해야

새 정부는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정부의 경제정책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전술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또한 여러 가지 면에 있어 이 정책은 아주 매력적이다. 예측 불허의 외교환경 속에서 자칫 추상적이 되기 쉬운 대외경제정책지만 (예를 들면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정책)

이 정책은 3개의 항구를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를 건설하고 여기에 IT와 금융 클러스터를 형성한다는 구체성을 갖고 있다. 시베리아와의 가스관 연결 사업은 북한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북한을 동북아 경제체제에 끌어들이려는 대북정책을 가미하고 있다. 또한 지방을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의 개발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또 다른 난제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그 구체성이 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영역과 지리적 범위가 너무 협소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일부 지역의 지리적인 이점이 강조되는 반면 기술적 샌드위치 상황 하에서 산업체제를 재편하는 한반도 전체의 과제에 있어서 정부가 어떤 비젼을 제시하고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아시아 자유무역지대의 형성과 아시아 통화협력에 있어서 한국의 입장은 무엇이고 둘 사이에서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의 중대한 문제는 아직 높은 우선순위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경제특구 구체성 불구, 범위협소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와 금융 산업의 급박한 상황을 생각하면 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서울과 충청남도의 IT 클러스터를 확대하고 이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대신에 다른 곳에 IT 타운을 새로 건설해야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그리고 어떤 편의와 유인을 제공하여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에 금융기관을 대거 끌어 모을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현 정부는 선거전 때도 인수위 때도 FTA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조각은 농업과 서비스 시장에서 보호무역 기조의 정책을 암시하고 있다. 좀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이 전체 시장의 개방이 두려워서 개방을 일부 지역에 국한시키려는 소극적 정책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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