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화보다 머리싸움에만 몰두

[기자수첩]대화보다 머리싸움에만 몰두

박재범 기자
2003.06.19 13:20

[기자수첩]대화보다 머리싸움에만 몰두

싸움이 시작됐다. 조흥은행 노동조합이 18일 총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서울 을지로 조흥은행 본점에 집결한 노조원들에겐 '생존 투쟁'이지만 정부의 눈에는 '집단 이기주의'로 가득한 '불법 파업'이다.

양측의 명분과 논리, 조흥 매각의 당위성 등도 따져봐겠지만 한발 물러서 노·정 충돌 상황까지의 과정을 살펴볼까 한다.

적잖은 투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금융노조나 투쟁의 대상이었던 정부 모두 싸움에는 일가견이 있어 수를 읽는 능력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결단력이 탁월(?)하다. '총파업 돌입' '공자위 개최' 등 일련의 과정에서 양측은 대화가 아닌 불신의 토대에서 머리싸움을 벌였다.

지난 11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사실상 마지막 설득 작업이었지만 결실은 없었다. 정부는 노조를 설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노조는 빨라진 매각 움직임을 읽었다.

조흥 노조가 전직원 사표, 총파업 등 단계적 투쟁 계획을 발표한 것은 허를 찌른 선제 공격의 전형.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빨랐다. 정부는 지난 주말 신한지주와 막바지 협상을 벌여 15일 매각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16일 오전 9시 경제부총리 등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노조가 반발해도 매각은 진행된다"고 강조하고 노조에 강경방침을 밝힌 것은 끝난 일에 대해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최후 통첩이자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비책이었다.

협상이 끝난 것을 최종 확인한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자 정부는 '공자위 19일 개최'로 화답했다. 불신과 대화 단절이 낳은 양측의 마지막 작품이자 전술인 셈이다.

지금까지 싸움은 양측의 협상 전략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문제삼고 싶진 않다. 그러나 막 시작된 싸움을 구경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노조 설득을 위해 공자위 개최 시기를 늦추고 싶었지만 총파업이 시작된 이상 막가자는 것 아니냐"는 정부 당국자의 항변에서 이번 싸움의 결과를 가늠하긴 어렵지 않다.

대화 채널이 사라지고 감정적 대응이 주를 이루면 파국 외에 얻을 것은 없다. 그리고 정부가 먼저 대화를 포기하는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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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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