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위층 투기공개 없던일로

[기자수첩]고위층 투기공개 없던일로

문성일 기자
2003.07.08 12:36

[기자수첩]고위층 투기공개 없던일로

지난 한달여간 공직사회를 술렁이게 했던 대한공인중개사협회의 `고위공직자 투기거래 내역' 발표가 사실상 무산됐다. 협회측은 회원들로부터 접수받은 고위공직자 투기의혹 사례 내용의 부실과 회원들의 잇단 만류를 표면적인 공개무산 이유로 내놓고 있다.

사실 이번 투기거래 내역 공개는 해당 당사자인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뻔했다. 고위 공직자들이 속으로는 국민을 기만하면서 지위를 이용해 `부의 축적'을 노리는 부도덕한 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것이라는 게 협회의 주장이었다. 이 경우 투기를 억제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협회는 이번 해프닝과 관련, 여러가지 도의적인 책임을 수반하는 문제에 대해 깊은 반성과 자숙이 필요하다. 즉 협회는 부동산 중개업법이 고객의 비밀보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렸다. 특히 공직사회 전체를 `도둑집단'으로 매도하는 동시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감행하려 한 것은 지각없는 행동이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개업소들만을 때려잡기식으로 나선 정부의 행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돈되는 곳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농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시장이 불안정해졌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중개업소만을 타깃으로 둔 것은 여전히 봉건적 잔재가 남아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제 자칫 극으로 치달을 뻔했던 `한여름 밤의 쇼'가 아무런 명분과 내용없이 끝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자신들의 치부를 은폐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탄압한 것처럼 매도한 협회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준엄한 비판이 필요하다. 사회통합 차원에서라도 이같은 행위가 재차 시도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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