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보상장 자신없으면 말이나 말지

[기자수첩] 생보상장 자신없으면 말이나 말지

윤선희 기자
2003.10.19 20:14

[기자수첩] 생보상장 자신없으면 말이나 말지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2월 취임할 때 '재벌개혁'과 '시장친화적 감독강화'를 강조했다. 참여정부의 코드와 어울리는 멘트였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이 위원장은 SK사태와 카드채문제로 불거진 시장불안 등을 조기수습하면서 '가장 일 잘하는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타부처 장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적어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런 점에서 금감위가 지난 17일 생보사 상장방안 마련 포기를 선언한 것은 이 위원장을 재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다.

 이 위원장이 지난 5월 "8월말까지 생보 상장방안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만 풀 수 있는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대감 또한 컸다. 그러나 금감위는 5개월 만에 '상장안 마련 포기'를 발표하면서 "생보사들의 상장의지가 없다.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법적 수단이 없다" 등 구구한 이유를 들었다.

 당초 금감위가 "명확한 방안만 마련되면 올해 생보사들의 상장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정책 결정여부가 사안의 본질임을 강조한 사실을 감안하면 금감위의 `변명'은 너무 궁색하다. 더욱이 "앞으로 재논의 시점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며 권고안이든 상장규정이든 발표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무소신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보사와 계약자 사이에 최소한 수조원 이상의 상장차익이 걸려 있는 생보사 상장방안을 마련하는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이 위원장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이 문제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면 별 문제다. 그게 아니라 이번에는 15년 묵은 딜레마를 반드시 풀겠다고 공언하고 숱한 논란을 일으켜 놓고는 `역시 뜨거운 감자'라며 슬며시 내려 놓은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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