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장사 80%가 헐값"

[기자수첩]"상장사 80%가 헐값"

문병선 기자
2003.10.23 21:22

[기자수첩]"상장사 80%가 헐값"

 "우리나라 상장기업 10개 가운데 8개의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못합니다. 당장 문을 닫아도 현재 주가보다 자산가치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하기야 1년에 7조∼8조원씩 이익을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 시가총액보다 강남아파트 값(매매가 총액)이 더 비싸니..."

 23일 증권거래소가 내놓은 국내 상장사 주가의 저평가현황 자료는 어느 백화점의 바겐세일 품목표를 연상케 했다.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게 헐값인데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는 항변이었다. 거래소는 27일부터 매일 상장기업의 주가가 얼마나 싼 지를 소개하기로 했다. 자산가치에 비교한 주가수준을 나타내는 순자산비율(PBR)을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이날 밝힌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대표주라고 할 수 있는 코스피200 종목의 시장 PBR은 1.07배. 청산가치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미국 다우지수(4.35배)와 홍콩 항셍지수(2.69배)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지수(2.34배)보다 현저히 낮다. 이주호 증권거래소 통계 팀장은 "상장 기업 중 순자산가치는 5만원인데도 주가는 5000원에 불과한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는 부동산대책 발표에 증권업계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걸고 있다. 강도높은 대책에 물타기가 진행된다는 소식때문에 "그 대책이 그 대책"일 것이란 전망도 많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들어 10조원이상 우리 주식을 사들였고 종합지수가 25포인트(3.23%)나 떨어진 이날도 1000억원이 넘게 샀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올들어 5조원이 넘게 주식을 팔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독무대였다. 청산가치보다 낮은 국내 상장사의 주식을 외국인들은 헐값에 사들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파트 사는데만 혈안이 돼있다. 부동산 신화에 빠져있는 동안 국내 상장사가 모두 외국회사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