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보이지 않는 규제, 멍드는 금융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은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주요 국정 과제 중의 하나다. 아니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기 시작한 때부터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정부의 단골 메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규제가 풀렸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가 많다고 느끼고 있다. 규정에 있는 규제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적지 않은 탓이다.
한 투자자문회사 사장은 금융감독원에 알리지 않고 외국투자자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외국투자자와 제휴를 해도 되는지’를 금감원에 구두로 질의했지만 ‘기다려 보라’는 답변만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 ‘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외국투자자와 계약을 맺었다. 나중에 문제가 제기될 것에 대비해 변호사의 검토의견을 공증받아 놓았다.
다른 투자자문회사 사장은 5년 전에 마련한 사옥을 최근에 눈물을 머금고 팔았다. 나대지를 사서 사옥을 지을 때만 해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금감원이 임대비율이 너무 높아 업무용 부동산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처분해야 한다고 종용했기 때문이다. “빌딩을 지을 때는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팔아야 한다고 하는 금감원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지만 팔지 않으면 특검을 나오겠다고 하는데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는 금감원 검사에서 더욱 강하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외국계 금융기관과 한국 금융기관의 선진국 지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A씨는 한국과 선진국의 검사방법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검사 나오면 수시로 피검사 회사 담당자들에게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다. 하지만 선진국은 관련 자료 일체를 모아 놓으면 알아서 점검할 부분만 점검하고 철수한다. 검사가 이뤄지는 동안 검사 나왔는지조차 모를 정도”라는 설명이다.
다른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선 검사가 끝난 뒤 지적 사항에 대한 ‘형량’을 놓고 ‘흥정’을 한다고 한다. 반면 선진국은 잘못된 사항에 대해선 원리원칙대로 엄벌에 처해진다. 금감원이 기회 있을 때마다 ‘시장 친화적인 검사’를 내세우고 있지만 백년하청이고, 잘못해도 흥정으로 감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니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게 된다.
자산운용회사에 대한 규제도 적지 않다. 투자신탁운용 사장을 지낸 B씨는 자산운용회사 설립 요건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한다. “샐러리맨 전용 투신운용회사를 만들어 샐러리맨들의 재산형성과 자산운용을 지원해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최소한 100억원이 있어야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다. 정부가 30억원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혀놓긴 했지만 언제 실현될지 모른다. 게다가 낮아지더라도 5억원인 일본보다는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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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변화와 속도의 시대다. 금융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남을지는 시장과 기업이 훨씬 잘 안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하루 빨리 없애지 않고선 금융산업의 발전은 쉽지 않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아 규제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참여정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실질적인 규제완화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