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고 주가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은행이 예상보다 높은 순이익을 내면서 더이상 부실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은행도 없습니다. 덕분에 외환위기로 위기를 겪었던 은행들의 신인도는 이제 거의 정상화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은행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범죄와 사고입니다. 올들어 일부 은행원들이 수백억원대의 공금횡령 사건을 잇따라 저지르면서 금융권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충격을 줬습니다. 이밖에 알려지지 않은 금융사고도 부지기수입니다. 실제로 올들어 7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액수는 198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1302억원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게다가 국내 최대 은행의 전산망이 장시간 마비되는 사고가 터지기도 했고 CD 발행과정에서 브로커가 CD 실물을 가지고 도주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범죄와 사고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범죄와 사고들은 은행들에게 막대한 손실과 함께 신인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줍니다. 특히 2007년말 시행 예정인 신BIS비율은 운영리스크(은행 경영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우발사고로 인한 손실)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건 사고가 많은 은행은 그만큼 BIS비율이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자기자본비율을 나타내는 BIS비율은 은행에게 목숨과도 같은 지표입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하면서 올해는 은행권에 '전쟁'이라는 표현이 일반화됐습니다. 씨티은행이 예상보다는 힘을 못쓰고 있지만 부실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은행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은행들의 전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들의 전쟁이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물론 범죄와의 전쟁을 한답시고 영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범죄와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은행들의 전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계속되는 명예퇴직 등으로 은행원들의 지위가 불안정해진 마당에 과도한 영업과 실적강요는 한탕에 대한 유혹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의 최근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경기침체, 조기퇴직 등 신분 불안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꼽고 있습니다.
많이 버는 것 못지않게 까먹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범죄와의 전쟁이 절실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