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가 중국 4대 국유은행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행에 36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습니다.
테마섹은 또 중국 젠서은행의 주식 10억달러 어치를 매입할 계획이고 이미 중국 민셩은행 지분 4.5%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테마섹이 대만 칭화은행 지분 51%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얼마전 나왔습니다.
테마섹의 잇따른 투자소식을 접하면서 내내 씁쓸했습니다.국민은행이 과거 추진했던 팬아시아(Pan-Asia) 뱅크 전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테마섹은 2003년 국민은행과 함께 인도네시아 6위 은행인 BII 은행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국민은행은 700억원 정도를 투자해 이 은행 지분 12.75%를 확보했습니다. 이 투자로 국민은행은 짭짤한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지분 가치가 큰 폭으로 높아졌고 국민데이타시스템은 BII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은 BII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은행, 이른바 '팬아시아 뱅크'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테마섹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은행들을 인수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이 바뀌고 조직정비가 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면서 이 전략은 현재 창고 속에 들어가 잠자고 있습니다. 반면 테마섹은 그 이후 파키스탄, 중국 등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상당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습니다. 팬아시아전략이 지속됐다면 아마 국민은행은 테마섹과 함께 아시아 지역의 몇개 은행에 대해 투자를 했을 겁니다.
최근 들어 만난 몇몇 은행권 고위 관계자들도 이 팬아시아뱅크 전략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더군요. 한 시중은행장은 "김정태 행장의 퇴진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가 팬아시아뱅크 전략의 중단이다"라고 하더군요.
몇달전 테마섹 관계자를 만났다는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테마섹은 자금력과 정치력 등에서 볼때 아시아 지역 투자의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BII은행 인수 당시 큰 힘을 들이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당국과의 관계는 테마섹이 도맡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은행들도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지점을 개설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씨티은행이나 HSBC처럼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은행이라면 몰라도 국내 은행들의 브랜드 밸류로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영업을 하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현재 많은 아시아 국가의 은행산업이 구조조정의 과정에 있습니다. 마치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겪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은행들의 인수가치는 떨어져 갈 겁니다. 좀더 공격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