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 동안 대부업계를 담당하면서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왔는데, 솔직히 요즘에는 힘이 빠집니다. 도대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서민 뿐 아니라 대부업체들의 양성화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도 한계가 느껴집니다"
얼마전 통화를 나눴던 금융감독원 한 직원의 말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대부업계를 맡아서 짧지않은 기간동안 소비자와 업계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그의 말에 이제는 서운함만 묻어날 뿐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왜 그렇게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을까요.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지난 상반기 금감원은 금융정보에 어두운 고객들이 고금리 불법사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신협 등 모든 서민금융기관의 대출상품을 모은 사이트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대출창구에서 항상 서러움을 받아야만하는 서민들을 고려한 의미있는 시도였습니다.
때문에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으로 꼽히는 저축은행들과 상부상조를 모토로 하는 신협 등도 흔쾌히 동참했고, 여타 금융사들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고금리에 대한 오해로 항상 떳떳하지 못한 대부업체에도 인식개선의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이 갑자기 운영방식에 이견을 보이며 금감원 및 여타 참여사들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대부업협회에는 토종계로 불리는 국내 업체들, 그리고 한소협이라는 단체를 만든 일본계 및 재일교포계 대형사들 등 두가지 세력이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된 곳이 이 한소협인데 반대이유는 단순합니다. 사이트 운영에는 CB(크레딧뷰로·개인신용평가)사의 결합이 필수적인데 자신들이 지지하는 업체가 아닌 다른 곳이 선정되자 참여를 거부한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부업협회는 참여를 결정했지만 불협화음을 냈던 한소협은 결국 사업에서 이탈했습니다. 때문에 통합사이트 자체의 추진은 문제가 없지만 대형 대부업체들의 좋은 상품까지 아우르겠다는 금감원의 구상에는 흠결이 나게 됐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금감원이 주도한 사이트에는 온갖 딴지를 걸었던 이들이 별도의 대출 통합사이트를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협의하고 다른 쪽으로는 별도의 사업을 준비했다는 것이죠.
이익을 위해 설립된 기업이나 단체라면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소위 물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맞겠지요. 한소협도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익과 무관하게 대부업계 양성화라는 대의를 위해 애써온 금감원은 섭섭할만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