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제일은행 등 국내 은행 인수에 잇따라 나섰던 HSBC가 유독외환은행에 대해서는 '인수 의사 없음'을 강력히 밝히고 있습니다. 본사의 존 본드 회장까지 나서서 '한국내에서 대형 M&A는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도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1조1500억원에 매각됐고 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3조4000억원에 팔렸는데 외환은행 지분 100%의 가격은 7조원이 넘습니다. HSBC 경영진이 상대적으로 싼 은행을 포기하고 비싼 은행을 인수한다면 상당한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겁니다. 게다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느니 차라리 하나은행을 인수하는게 더 합리적입니다. 가격은 비슷한데 수익성은 하나은행이 외환은행보다 훨씬 높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HSBC가 외환은행 인수후보로 계속 거론되는데 대해 릭 퍼드너 한국대표는 "HSBC의 규모상 세계 어디서나 그런 소문이 나온다."고 말하더군요. 박준규 부대표는 이렇게도 이야기했습니다. "HSBC 홍콩 데스크에 앉아 있으면 하루에도 2~3건의 M&A 제안이 올라온다"고 말입니다. 세계 2위 금융회사라는 지위상 어쩔 수 없는 휩쓸림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HSBC는 왜 극구 외환은행이나 LG카드를 인수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걸까요. 그냥 그러려니 가만히 있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현지법인화'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HSBC의 한국내 영업은 지점 형태입니다. 하지만 지점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지점 하나를 낼 때마다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3개 지점 신설을 신청한지 3개월 지났지만 아직 인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지법인이 되면 지점 신설때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때문에 HSBC는 내부적으로 한국영업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역시 금융감독당국의 인가가 필요합니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갖고 있다면 금융감독당국으로서는 당장 인가를 내줄 이유가 없습니다. 감독당국은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면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외환은행 매각을 지켜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HSBC는 수차례, 그것도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외환은행을 인수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더 HSBC는 내심 외환은행을 국내 자본이 인수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잠식이 심각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간다면 HSBC의 현지법인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HSBC는 외환은행 M&A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이래저래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