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 길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웬 고지서들이 그리 많은지 우편물함이 꽉 차 있었습니다. 주민세 독촉고지서, 전화요금통지서, 신용카드명세서, 보험사 안내문 등등….
일단 한꺼번에 뽑아들고 방으로 가져왔는데 보험사에서 온 안내문 봉투가 유달리 두터웠습니다. 궁금증에 가장 먼저 열어봤더니 작은 편지와 구충제 2통이 들어있더군요.
먼저 구충제에 눈길이 쏠리자 잠시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집 위생상태를 어떻게 생각했길래 구충제를 보내왔을까, 보건소에서 봉투를 잘못 썼나하는 의심이 들었지요.
편지 내용을 보자 이해가 됐습니다. 최근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알이 섞여 있다는 뉴스를 보고 고객님의 건강을 걱정하며 구충제를 보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봉투 앞면을 다시 살폈습니다. 보낸 이는 '삼성생명 사당지점 정영숙 팀장'이라고 돼 있더군요. 누군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내가 가입한 보험의 담당설계사가 퇴사하면서 대신 보험계약을 맡게 된 분이었습니다.
보험사의 이미지가 나쁜 것 중 한 이유는 보험계약만 체결하고 나면 나몰라라 하는 보험설계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당만 받고 보험관리는 전혀 안해주곤 하니까요.
게다가 담당 설계사가 퇴사를 하면 그 계약은 속칭 '고아계약'이 돼 온갖 설움(?)을 받습니다. 보험료 연체가 돼도 회사에서 날라오는 안내문이 고작이고 주소가 바뀌어 안내문이 반송돼도 그만입니다. 보험금을 받으려고 하면 항상 통화 중인 콜센터로 수십번 전화를 걸어야만 합니다.
아내의 계약이 바로 '고아계약'입니다. 보험계약도 그리 큰 것이 아니어서 고아계약을 넘겨받은 정영숙 팀장의 수입에도 그리 보탬이 안될겁니다. 그런데도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고객 관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이런게 고객만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에피소드랄 수 있겠지만 보험사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이런 작은 정성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고아계약이라도 한번더 챙기는 정성이 1등 보험회사를 만드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