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역할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겠다고 숱하게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대출액이 1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올해만큼은 중소기업 대출을 14조2000억원 늘려 은행의 공적 역할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자세다. 은행장들이 일선 영업점에 중소기업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도록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든다. 대출을 처리하는 일선 영업점의 방향타를 꺾기에는 동기부여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로선 `가늘고 긴' 뱅커를 포기하고 중소기업 대출 1∼2건의 부실화에 `가는 데다 짧기까지 한' 처지를 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기업들과 공존하는 저축은행들의 노하우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경기 이천의 한 저축은행의 경우 22년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데다 지역내 숱한 시중은행과 경쟁하면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은행을 울리는 저축은행'인 셈이다.
지역내 중소기업 대출도 상당규모로 하고 있지만 연체가 거의 없다. 이는 십수년 동안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으로 자리잡으며, 신용평점 같은 계량요소뿐 아니라 비계량요소까지 대출심사에 참고하기 때문이다.
어느 중소기업이 최근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소식부터, 심지어 사장 내외가 부부싸움을 했다는 속사정까지 알고 있을 정도다. 고객과 나눈 잡담 내용까지 데이터베이스로 집중 관리하고 이를 전직원이 공유하니 지역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다.
`인간적 노력'이 부여된 저축은행의 비계량적 시스템이 `과학적'인 은행의 평가시스템을 능가한 것이다. 은행원들에게 시스템에 의존해 중소기업 대출을 무작정 강조하는 것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비교하면 개미나 다름없지만 인정할 부분은 있다. 맹자가 "아이에게서도 배울 점은 있다"고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