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두바이' 주식회사

[광화문]'두바이' 주식회사

정희경 부장
2006.02.23 07:47

'중동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두바이가 또한번 일을 냈다. 미국 동남부 해안의 6개 항구를 `장악'한 것이다.

두바이 손에 넘어간 항구들은 '자본의 심장'으로 불리는 뉴욕을 비롯해 뉴저지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등에 자리잡아 경제적·군사적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안보위협을 운운하며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두바이는 뉴욕항 등을 직접 매입한 게 아니었다. 두바이 국영업체인 `두바이포트월드'(DPW)가 6개 항구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P&O'를 인수, 자연스럽게 넘겨받았다.

 

'P&O'가 대영제국 절정기에 설립된 영국 최대 항만 운영업체로, 이번에 165년의 역사를 접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국인의 심기도 편치 않을 것같다.

사실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DPW가 지난달 개항한 부산신항의 운영권을 이미 쥐었기 때문이다. DPW는 지난해 미국계 항만 운영사인 CSXWT를 인수하면서 부산신항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후 지분을 75% 가까이로 늘렸다. `두바이 주식회사'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P&O 인수는 `30년 노력의 결실'이라는 빈 슐레이먼 회장의 설명도 빈발이 아니다.

이번에 6조8000억원을 들여 사들인 P&O는 미국을 포함해 유럽 인도 중국 호주 등지의 29개 항구 운영권을 DPW에 안겨주었다. 이로써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2위로 부상한 DPW는 글로벌 항만 네트워크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21세기 성장 주역으로 지목된 `친디아'(중국과 인도)에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도 '두바이 주식회사'를 다시 보게 만든다. DPW는 P&O를 놓고 막판까지 싱가포르 항만공사와 경합을 벌였다. 여기에는 세계 해운업계의 호황을 견인하고 있는 친디아 항로를 얻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불과 30년 전 한정된 석유를 제외하고는 모래사막에 불과하던 두바이가 바다에서 일으킨 돌풍은 국가 개조의 일단일 뿐이다. 두바이는 다른 산유국들과 달리 `오일머니'보다 전략적인 투자에 매달렸다. 두바이 정부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액은 1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투자들이 결실을 보면 `관광과 국제 비즈니스의 허브'라는 두바이 목표는 보다 빠르게 실현될 수 있다.

엊그제 서울에서 `한·중동 민간교류협력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동안 에너지·자원, 플랜트·건설 등 경제분야에 치우쳤던 중동관계를 문화·관광, 정보기술(IT)·투자 등 다방면으로 확대하기 위한 기구다.

위원회는 올해 중동에 경제사절단도 파견할 예정이다. 자원외교 측면에서도 다각적인 협력은 필요하다. 다만 눈앞의 이익뿐 아니라 두바이 기적의 원천도 챙겨 보았으면 한다. 다름아닌 의지(스피리트)와 같은 무형의 것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 나라도 두바이 못지않게 다음 세대를 먹여살릴 잠재력, 일종의 `코리아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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