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메리칸 스타일'로 하자고?

[기자수첩]'아메리칸 스타일'로 하자고?

박재범 기자
2006.02.27 16:30

"한국 상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27일KT&G가 긴급이사회를 열고 칼 아이칸과 스틸 파트너스의 주식 인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하며 내세운 이유다.

"자회사 인삼공사의 주식을 KT&G 주주들에게 나눠준 뒤 상장하라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돼 있지 않고 보유 부동산을 리츠 형태로 분리한 뒤 분리된 회사의 주식을 주주들에게 달라는 요구도 법률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기업사냥꾼이 법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싸움에 나섰다는 얘기일까. 실제로는 정반대다.

지난 14일 KT&G 이사회에서 감사위원을 집중투표 대상에서 제외키로 결의하자 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을 정도로 국내법을 살핀 게 바로 아이칸이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국내법과 미국법을 잣대로 쓰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보낸 주식 공개 서한도 좋은 예다.

미국법은 공개매수를 앞두고 이사회에 우호적 인수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묻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국내법과는 무관하다.

"자신들은 미국법을 따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한편 KT&G의 운신폭을 좁히기 위한 전략일 것"(전직 고위관료)이라는 분석과도 맞닿는다.

'지분 확보→경영 참여 선언→사외 이사 추천→주식 매수 제안' 등 칼 아이칸과 스틸 파트너스의 행보는 물 흐르듯 거침없다. 아마츄어의 어눌함과 대조되며 프로의 세련미가 돋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법'을 무시한 상태에서 첫 단추를 뀄다면 기대했던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정부 당국자의 말대로 '절차가 옳다면 뭐라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한국만의 '국민정서법'도 엄연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아메리칸 스타일'에 지겨워하는 게 2006년 한국의 '국민정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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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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