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5~6년뒤 혼란" 인식, 신수종 사업 발굴
삼성이 그룹 전체적으로 경쟁력 강화 방안 수립에 나선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5~6년 뒤를 자신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이건희 회장은 올 초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고 있다"며 샌드위치론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3월 투명사회협약 보고대회에서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에는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발언 이후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고 그 결과가 이달초 각 계열사에 통보된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이 회장이 취임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력 강화 방안에 뭐가 담겼나=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핵심은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이다. 삼성의 핵심사업인 반도체, LCD 등은 샌드위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중국, 대만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그동안 '새로운 먹거리 발굴'의 필요성을 항상 강조해 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룹 차원의 지시가 내려짐에 따라 각 계열사의 신수종 사업 발굴 작업이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 강화 방안은 이와함께 투자 계획 조정도 포함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들어 환율, 유가 등의 변동으로 지난해말 수립했던 투자계획을 재검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 우선 순위를 정해 전략적인 투자를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소싱 체제 점검에 나선 것은 각 제품에 맞는 R&D, 생산 기지를 마련하라는 의미다. 가령 인도 시장에서 팔 저가 휴대폰을 한국에서 생산할 필요는 없다는 것. 삼성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만큼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생산과 마케팅 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감안됐다.
이와함께 과도하게 보유한 골프회원권 매각 등 낭비 요소 제거, 환경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체제 단축 등 경영효율성 개선도 경쟁력 강화 방안에 포함됐다.
◆대대적인 변화 바람 불 듯.."인원감축은 없다"= 삼성은 이번 조치가 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계열사에 한정된 조치가 아니라 잘 나가는 회사를 포함해 모든 계열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삼성SDI,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의 실적악화에 대응한 단기 처방이 아니라 아니라 그룹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 계열사마다 앞으로 대대적인 변화 바람이 불 전망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접고 신수종 사업을 포함, 전략사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사업구조조정, 인력조정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소싱 체제를 점검토록 함에 따라 국내외 생산기지의 이동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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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력을 인위적으로 감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설을 일축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자원의 재배분 차원에서 일부 사업부는 인원이 줄어들고 일부 사업부는 인원이 보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의 이동이 있을 뿐 감축은 없다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1~2개 계열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기 때문에 인원감축을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계열사에서는 자율적으로 일부 인원을 감축할 수도 있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삼성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