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사립대학교도 주식 및 펀드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정부에서 대학 적립금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사립대학이 갖고 있는 재원은 총 5조7000억원으로 국민연금 수준인 20% 가량을 주식에 투자하면 약 1조원 이상이 증시에 유입될 전망이다.
이번 허용은 어려움에 빠져 있는 대학 재정에 숨통을 트이도록 하는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됐다. 하지만 이같은 실제 대학 재정 여건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학의 주식투자, 득일까〓국내 사립 대학의 적립금은 소극적으로 운용돼 왔다. 수익용 기본 재산의 연간 수익률이 3.5%를 넘겨야 한다는 대학설립운용규정(제7조 3항) 때문이다. 실제로 모 대학의 한 담당자는 1999년 대우 회사채, 2003년 LG카드 회사채에 투자해 손실을 낸 뒤 문책을 당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런 규제나 사례로 다른 사립 대학 입장에서도 쉽게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재무담당 관계자는 "각 대학들이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일정한 수익이 담보된다면 등록금 인하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대학 재무 담당자는 "소수 대학만이 많은 적립금을 소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정도로 빠듯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학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해외대학기금 운용 '전문적이고 공격적으로'〓국내 주요 대학들의 기금 운용수익률이 연평균 4~5%대 내외로 유지돼 온 것에 비해 하버드와 예일, 노스웨스턴 대학은 벤치마크 대비 각각 9.9%, 12.18%, 10.2%의 초과수익률(2005년 기준)을 올렸다. 다각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덕이다. 하버드 대학은 포트폴리오 성과에 대한 철저한 보상이 매니저에게 주어지는 시스템도 정비했다. 성과급은 벤치마크 대비 1% 당 50만 달러나 된다.
하버드 대학은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라는 자체자산운용회사를 만들었고 예일대는 기금운용의 전략과 관리를 이분해 자금 운용을 전문화시켰다. 미국에서는 기금의 규모가 작거나 체계적인 자산운용조직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도 적극적이고 원활하게 대학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투자기구(common fund)를 설립했고 여기에 1200여개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기회를 활용하자〓서강대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사립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성영 서강대 재무팀장은 "유동성 위기 등 돌발 악재에 대비해 정기예금 비율은 10% 정도로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투자 현금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서강대는 최근 상경계열 교수들로 이뤄진 재정위원회에 주식전문가, 채권전문가, 파생금융상품전문가를 한 사람씩 영입하는 투자자문회사 설립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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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협회 등은 발전기금 규모가 작거나 별도의 투자위원회가 없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사립대 공동 투자풀(pool)'을 준비 중이다. 이동원 한국증권업협회 과장은 "현재 20개 이상의 대학에서 참여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대학기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성환 삼성투신운용 팀장은 "주식투자가 허용되면 대학들이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여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재정 실무자 초청 세미나를 연 2회 개최하는 삼성증권은 7월 중으로 전국사립대학교 재정관리자협의회 내 자산배분전략강좌를 개최해 유치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투자로 손실을 입으면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적립금 원금보장 등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학들 스스로 전문 투자기관을 세우거나 제휴하는 등 투자능력부터 갖추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