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산업, 특히 한의약시장의 성장은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제보건기구(WHO)는 현재 187조원 규모의 세계전통의약시장이 2017년 316조원, 2023년 42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2050년까지 한약관련 세계산업규모가 5조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방산업의 핵심은 누가뭐래도 '한약'. 한의사의 손이 필요한 의료기술보다 수출이 용이해 세계화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방분야의 세계시장을 이끄는 것도 단연 한약산업이다.
중국에는 현재 1000여개의 한약제제 생산기업에서 연간 27만톤의 한약제제 8000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의 한약제제 생산액은 2005년 기준 1150억엔 규모다. 특히, 쓰무라제약회사라는 단일회사가 생산하는 한약제제 규모는 6800억원으로 우리나라 모든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 한방제제 총액보다 많다. 하지만 국내 한약제제 생산업체들은 연간 2000억원에서 3500억원의 매출 밖에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으니 종주국이라 주장하기 민망할 정도다.
한약제제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개별약재를 직접 끓여먹는 탕약이 제제화된 약보다 선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탕약은 '맞춤'인 만큼 표준화시키기 어려워 부작용이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고, 포함되는 약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시장에 내다팔기 힘들다는 점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과립제나 캡슐, 알약형태 한약을 개발, 세계시장을 선점한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의약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제대로된 한약제제 허가기준조차 만들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약사법에서 한약제제를 '한약을 한방 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으로 정의해놓았지만 허가를 위한 별도기준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화학합성의약품과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화학합성의약품은 인류가 지금까지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그 효과가 불안이나 알려진 부작용을 확실히 상회할 경우에만 의약품의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한약은 다르다. 수천년간 쓰여왔다. 지금도 일선 한의사들이 쓰고 있다. 그 시간동안 쌓인 경험적 지식이 있고, 처방을 운용하는 한의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약사법이 정의하는 '한방원리'라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에 주목한 것이다.
따라서 한방원리를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는 허가제도를 마련, 처방과 사용을 한의사가 하도록 함으로써 한약제제의 질을 일반의약품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릴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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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이 가진 잠재력은 세계 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질의 한의사를 배양할 수 있는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국민적 관심과 신뢰도 있다. 기본적인 경쟁력은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더 늦기 전에 한약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올해부터 10년간 5400억여원의 국고를 투자해 국내 한방산업을 11조원 규모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포부는 제도가 먼저 뒷받침 돼야만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