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이경수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

"우리만 병자였던 IMF 때도 이겨냈는데 남들도 아픈 글로벌 위기를 왜 못 이겨내겠습니까."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는 글로벌 위기를 맞아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는 기업이다. 화장품 제조자주도생산(ODM)기업인 이 회사는 최근 해외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주문 세례를 받고 있다.
이경수 사장은 "한국의 화장품 경쟁력이 기술이나 품질 면에서 해외의 명품브랜드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며 글로벌 위기를 맞아 오히려 우리 화장품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샐러리맨 출신으로코스맥스(16,190원 ▲510 +3.25%)를 창업, 매출 1000억원을 앞둔 알짜 기업으로 키운 이 사장을 만났다.
-경기가 안팎으로 위축되다보니 최근 업종을 불문하고 모두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원화 평가절하 등에 힘입어 우리 기업 잠재력이 표출되는 '역샌드위치' 현상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경기 자체는 좋지 않지만 외환위기 때와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그 땐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 국가들만 외환위기에 허덕였고 다른 나라는 상대적으로 멀쩡했습니다. 우리만 병자였는데도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우리만 아픈 게 아니라 선진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도 모두 앓고 있어요. 똑같이 힘든 상황인데 못 이겨낼 이유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일본이나 글로벌 명품 화장품업체의 대표들을 찾아가도 주문을 하기는커녕 문전박대 당하거나 임원급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때 문전박대했던 기업들이 대부분 코스맥스와 거래를 맺고 있고 CEO들과도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번은 해외브랜드들이 우리 공장을 방문하는데 자국 화장품 생산라인보다 체계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해외시장 개척 성과가 늘어나고 있는지요.
▷지금 한국 화장품의 품질은 중국보다 월등히 좋고, 가격은 일본제품보다 쌉니다. 올해는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미주 및 유럽으로의 화장품 공급도 크게 늘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A(코스맥스 측은 거래업체와의 비밀유지 조약 때문에 회사 실명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와는 미주 지역에 6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 중이고, 역시 글로벌 브랜드인 B와도 기존에 공급했던 제품의 반응이 폭발적이라 200만개 이상 재주문한 상황입니다.
예전에는 중국이나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주문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전 세계 판매용으로 상담 중인 계약이 많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본토 시장으로 우리가 만든 화장품이 ODM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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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법인 현황은 어떤가요. 중국 역시 세계 경기침체의 타격을 입고 있어서 국내 진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깊습니다.
▷중국에 진출할 때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들어갔습니다. 그만큼 오랜 파트너십 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지 협력사들이 좋아해요.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그만큼 상대적으로 소외돼있던 서부 내륙지방의 생활수준도 높아집니다. 중국을 생산기지로 볼게 아니라 내수시장으로 봐야합니다.
중국에 연간 6000만개 생산설비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도 실현됐고, 기술력이나 생산설비 우위를 기반으로 고가정책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홈쇼핑 1위 업체, 전문 유통 1위 업체 등 중국 내 유통 파워를 가진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올해는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고 있어요. 코스맥스 창업한지 17년 만에 매출 800억원을 넘겼는데, 중국에선 3년 만에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중국은 별도 법인으로 코스맥스 매출과는 따로 집계된다).
-최근 샤넬이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철수하면서, 해외 브랜드 화장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도 국산을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국내 화장품기업의 해외진출이 10년만 빨랐다면 지금쯤 이미 일본의 긴자나 프랑스의 샹들리에에 한국 브랜드가 꽤 들어가 있겠죠. 소비자들도 국산이라고 그렇게 우습게보진 않았을 겁니다.
-10년 사이 국내 화장품산업의 경쟁력이 괄목할만하게 높아졌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우리나라가 자연적으로 화장품과 패션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4계절이 분명해 계절별로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만들어야 하니 말입니다. 국내에서 해당 제품을 다 소진하지 못해도 여름용은 더운 나라, 겨울용은 추은 나라에 수출하면 되니 수출에도 유리하죠. 그래서 세계적 브랜드들도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아직 환율도 안정되지 않고 경기도 바닥으로 치닫고 있어 기업들이 올해 사업목표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업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나요.
▷작년에 6700만개를 생산해 930억원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영업이익은 45억원 정도 됐고요. 올해는 일단 매출 1000억원 돌파가 목표입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작년에 10%였는데 올해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고요. 중국법인 매출은 제외하고 코스맥스 자체 매출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