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김봉수 이사장 취임 한달 표정

"증시가 하락했는데도 귀사의 주가가 올라 기쁩니다. 지금 주가가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상장 후 더욱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지난주 거래소에 상장한 A사의 대표이사에게 한국거래소 한 임원이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평소 거래소를 권위적 조직으로 생각했던 A사 대표는 "이렇게까지 메일을 보내 놀랐다"며 "감사하다"는 회신을 했다.
거래소 한 임원은 "예전에는 상장사나 증권사 고위 관계자가 거래소를 방문해도 임원들이 본인 사무실에서 기다렸는데, 지금은 버선발로 달려 나가 1층에서부터 마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첫 민간CEO 시대를 맞아 '개혁'을 내걸며 김봉수 이사장(사진)이 취임한 지 한 달. 거래소 안팎에 변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년 보장과 높은 임금·복지수준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받은 반면, 투자자와 증권사들에겐 '상위 기관'의 이미지로 비춰졌던 거래소가 첫 민간출신 김 이사장의 '코드'에 맞춰 체질을 바꾸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거래소를 30여년간 지켜봤던 김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상장사, 회원사를 섬기라"는 민간식 고객서비스 정신을 임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김 이사장 스스로도 "정기적으로 회원사, 상장사를 만나 불만과 요구사항을 직접 들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2주 만에 임원절반의 사표를 수리하고 팀장급도 40% 물갈이했다. 15개팀을 없앴고 50여명의 부·팀장은 직책을 벗고 팀원으로 발령될 예정이다.
상위관리자가 함께 일할 직원을 직접 뽑는 '부하직원 선택제'도 도입했다. 신규 팀장의 45%는 과장급에서 대거 발탁했다.
김이사장 취임 이후 거래소의 변화에 대해 '구태를 벗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원칙 없는' 인사로 벌써부터 '개혁 피로감'이 일고 있다는 저항도 만만찮다.
연초 임원 절반을 퇴진시킨 것에 대해서는 김 이사장이 "능력이 아닌 단지 나이순"으로 결정했다고 밝혔고, 부장 이하 후속 인사에서는 '능력위주'를 내세웠다. 과거 승진에서 누락돼 팀원으로 지내던 사람은 하루 아침에 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김 이사장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한 거래소 직원은 "한 달 내내 파격 인사가 계속되면서 직원들 불안감이 크다"며 "나이가 많다고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데...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이사장이 취임 후 2주간 부산본사를 5회 왕복해 바빴다고 했지만 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부산으로 내려가는 생각을 한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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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오는 4일 공석인 본부장 2명을 뽑는 주주총회를 연다. 최소 한명 이상은 증권업계 출신이 올 전망이다.
한 거래소 팀장은 "증권업계는 사실상 영업 조직이고 거래소는 관리 조직인데 민간출신 임원들이 거래소와 맞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 조직개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이번 주 후속인사가 마무리 되면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