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이도 100년 가는 글로벌 투자은행 만든다"

"주인없이도 100년 가는 글로벌 투자은행 만든다"

대담=김준형 증권부장, 정리=박성희 기자, 사진=임성균
2011.01.05 10:09

[머투초대석]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

설립된 지 이제 만 3년된 새내기 회사면서 '100년 후'를 그리는 증권사가 있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다. 그것도 '주인 없는 회사' 모델을 통해서이다. 분산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능력있는 전문 경영인(CEO)이 장수하는 증권사. 더 나아가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는 금융회사. 바로 '토러스투자증권'이다.

'토러스투자증권=손복조 사장'의 등식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증권업계에서 '명승부사'로 이름을 날렸다. 물론 그렇다고 CEO 유명세가 토러스가 가진 전부는 아니다.

2008년 7월 말 인가와 동시에 영업을 시작한 지 2년만에 흑자 전환했고 지난 해 반기 37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2008년 출범한 8개 증권사 가운데 순수 독립 증권사로서 독보적인 성적이다. 소수 정예로 구성된 리서치센터와 탁월한 운용 능력을 자랑하는 딜링 부서는 이미 업계 내 실력으로 정평이 났다.

'상대 평가'에서 토러스는 이미 선두권인데 그렇다면 손 사장의 '절대 평가'는 어떨까. 2011년 신묘년, 토끼띠인 손 사장을 만났다. 올해 환갑을 맞는 베테랑 CEO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는 그는 영락없는 '청년'이었다.

- 신생사들은 모두 힘들어하는데 토러스는 비교적 잘 성장해 왔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마음 같아선 매년 100~200% 성장하고 싶은데 그건 잘 안 되더군요(웃음). 2009 회계연도(3월 결산) 세전순익으로 37억원을 벌었고 작년 반기에만 37억원 이익을 냈으니 나쁜 성적은 아닙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 3월까지 전년대비 2배 이익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신생사는 조직 규모와 종업원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도 성장의 척도입니다. 2009년 140명이었던 임직원이 모두 180명으로 불었습니다. 300명까지 늘리고 싶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지난 '11·11 옵션만기 쇼크' 때 '토러스투자자문'과 이름이 비슷해 곤혹을 치른 것으로 압니다만 당시 오히려 이익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옵션 거래라는 게 오늘 많이 벌었다고 회계연도 말까지 수익이 고정되는 게 아닙니다. 개인 트레이더 역량이 큰 만큼 인센티브 비중도 크고요. 하지만 우리 회사 파생 운용 능력이 업계 최고라는 건 자랑할 만 합니다.

상품운용본부는 주식운용팀 1개팀과 파생상품 4개팀(선물옵션운용 1~3팀, 주식워런트증권(ELW) 선물옵션 1팀), 30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신생사의 상품운용본부가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지만 우리 회사에선 단연 '파워엔진'입니다. 이미 업계에도 정평이 났는지 트레이더 모집시 경력직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채용 때도 구름같이 몰려들더군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경력직보단 신입 사원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1~2년차 신입을 대상으로 트레이딩 교육을 했고 지금은 새내기들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 중소 기업은 CEO가 제시하는 비전에 따라 성장 속도가 크게 차이납니다. 손 사장께선 직원들에게 어떤 그림을 보여주시는지요.

▶ 전 토러스가 여타 증권사와 다르기를 원합니다. '디퍼런트 투모로우'(Different Tomorrow)라는 모토처럼 뭔가 다른, '제대로' 된 증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대로'라는 말은 간단히 말하면 '글로벌화'입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금융은 상당히 뒤처집니다. 증권사는 더 심각하죠.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지배구조'입니다.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기자본'을 무기로 기업의 인수합병(M&A), 파생상품 운용, 해외 투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합니다. 자기자본이 충분치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아무것도 없는 셈이죠.

-자기자본을 늘린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요

▶수익을 많이 내거나 유상증자(유증)를 해야 합니다. 전자의 경우 글로벌 IB와 경쟁이 안 됩니다. 결국 유상증자가 방법인데 국내 증권사들이 증자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인', 즉 자신의 지위를 확실히 보장받고 싶은 대주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분율은 유지하고 싶고, 증자에 참여할 돈은 없는 거죠.

글로벌 금융회사는 대주주가 없습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오너'가 확실한 곳일수록 증자를 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는 걸 쉽게 봅니다.

- 3배수 증자를 추진중이신데 신생사로서 모험 아닌가요.

▶ 현재 자본금 300억원으로 겨우 일상적인 업무를 할 정도입니다. 뭔가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긴 부족하다는 뜻이죠. 대우증권 사장이었을 당시 자기자본이 1조원이었지만 기본 운용을 하는 데만도 1조원이 부족해 매일 콜 차입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유증을 통해 자본금을 늘리고 자기자본 7000억원 수준만 돼도 국내 최고 경쟁력으로 인수 시장을 휩쓸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3배수 유증은 부담스럽고 2.5배면 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결코 뜻을 굽히지 않고 싶습니다. 3배수 증자를 고집하는 건 한 번으로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작이 중요한 거죠. 자본금을 늘리려면 액면 증자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3~4년이면 IB 시장에 뛰어들 만큼 충분한 자본력을 갖출 것이라고 봅니다.

- 유증을 하면 손 대표 지분율도 줄 텐데요. 다른 주주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 토러스는 대주주가 없습니다. 제가 10.01%를 갖고 있고 전북은행과 행정공제회, 대구은행 등 10%를 갖고 있는 주주가 5곳입니다. 설립 당시 최대주주 자격을 주면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측도 있었지만 거절했습니다. 5~10% 지분을 가진 다수의 주요 주주로 구성된 '글로벌 스탠더드 지배구조'가 우리가 표방하는 지배구조입니다.

물론 증자를 하면 제가 가진 지분도 10%에서 7.5%로 줄게 됩니다. 제 지분율이 1~2%까지 줄어도 상관없습니다. 진정 회사를 키우겠다면 소유하겠다는 욕심이 없어야 합니다.

- 10년 후 토러스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토러스의 갈 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토러스는 풍부한 자본력과 탄탄한 시스템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증권사로 성장할 겁니다. 이를 위해선 능력 있는 CEO가 10년 이상 경영해야 합니다. 후임은 직원 중 뽑을 생각입니다. 누가 오더라도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2~3년간 시스템을 잘 갖춰 놓은 후 자리를 내줄 계획입니다.

-'주인없는 회사'가 꼭 올바른 것일까요.

▶물론 약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CEO가 장수하려면 주요 주주가 포진해 견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그런 기능을 하면 됩니다. 사장 퇴임과 선임 등 분위기 형성은 퇴직 임원들로 구성된 'O.B.'(Old Boy) 같은 모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좋은 예인데요. 문서화된 규제 없이도 '불문법'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토러스증권은 분기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당일 워크숍, 반기마다 1박 2일 워크숍을 연다. 지난 4월부터는 손사장이 스스로 만든 '교재'로 임원 지식포럼을 시작했다.

손사장은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묻지 말고 알아서 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람을 키우는 회사,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회사'가 아니고선 '주인'도 없이 100년 역사를 일궈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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