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옥죄더니..하나로클럽만 북적북적

대형마트 옥죄더니..하나로클럽만 북적북적

정영일 기자
2012.05.27 18:51

서초구 대형마트 첫 강제휴무 풍경…70대 노모 "손자 장난감 사러왔는데.."

↑27일 찾아간 이마트 양재점. 휴점을 알리는 게시물이 굳게 닫힌 이마트 정문 앞에 붙어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27일 찾아간 이마트 양재점. 휴점을 알리는 게시물이 굳게 닫힌 이마트 정문 앞에 붙어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27일 오전 찾아간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 패션 아울렛 하이브랜드 지하 1층에 위치한 양재점의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지상의 주차장 입구에는 "서초구 조례에 따라 5월27일 하루만 휴점한다"고 쓰여 있었다. 길 건너 코스트코까지 강제휴무에 들어감에 따라 일대가 다 을씨년스러웠다.

어린 손자 2명을 데리고 양재점을 찾은 강모씨(여, 70, 개포동)는 "평소 재래시장을 자주 가지만 오늘은 일부러 손자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내일 다시 이마트를 찾을 것인가"라고 묻자 "됐다. 뭘 또 오냐. 그냥 오늘 상가나 둘러보고 말겠다"고 답했다.

양재점은 상가 하이브랜드 곳곳에 안내직원을 배치해 휴점 사실을 모르고 점포를 찾은 소비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 앞에 서 있던 직원 박모씨는 "오전에만 100대 이상의 차들이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양재점은 헛걸음을 한 고객들을 위해 5000원 할인권을 나눠줬다.

양재점의 강제휴무는 주변 상가에도 영향을 줬다. 특히 이마트가 입주해 있는 패션 아울렛 하이브랜드는 주말 임에도 손님들이 눈에 띄게 적었다. 하이브랜드 1층에 옥외에 설치된 할인매장에서 일하던 상가 직원은 "소나기까지 오는 바람에 평소보다 고객이 30%는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 양재점을 나와 농협 양재하나로클럽을 찾았다. 양재점에서 직선거리로 채 5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양재하나로클럽은 넘쳐나는 고객들로 주차장부터 붐비고 있었다. 이미 지상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없어 지하에 차를 댈 수밖에 없었다.

↑27일 찾아간 농협 양재하나로클럽. 구입한 상품을 구매하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사진=정영일 기자
↑27일 찾아간 농협 양재하나로클럽. 구입한 상품을 구매하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사진=정영일 기자

활력 넘치는 분위기는 매장으로 이어졌다. 공산품이나 일반 생활용품 등 마트에서 팔고 있는 물건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 매장은 일반 대형마트 매장의 2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분위기만 봐서는 대형마트인지 하나로클럽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규모는 하나로클럽이 더 컸다. 양재하나로클럽은 6000평 규모에 연간 4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마트 양재점은 3100평에 1500억원, 코스트코는 3600평에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로클럽은 그러나 농축수산물의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이유로 규제에서 제외됐다.

고객 A모씨(여, 42, 내곡동)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긴 했지만 주차도 편하고 상품도 마트 못지않게 갖춰져 있는 하나로클럽이 있어서 재래시장에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B씨(여, 50, 주암동)도 "재래시장은 명절 음식 준비할 때나 가곤 해서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재래시장으로 가게 되지는 않는 거 같다"고 말했다.

양재하나로클럽에는 파리바게트나 던킨도너츠 같은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입점해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반발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하나로클럽은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 비중이 60~70%로 재래시장과 직접적 경쟁관계에 있는 데 이번 대형마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정책이 오히려 재래시장의 가장 큰 적은 자유롭게 풀어놔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